작가에 대하여
Vom Schriftsteller
인생의 하고많은 우연 중에서 타고난 문학적 재능으로 생계를 삼아야 하는 처지라면, 직업이라 할 수 없는 그 미심쩍은 '직업'에 적응하기가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오늘날 이른바 자유작가 활동이 세계사에 유례없이 어엿한 하나의 '직업'으로 대접받는 이유는, 아마 작가가 천직이 아닌 많은 사람들에 의해 전문적으로 행해지기 때문인 듯하다. 사실 외부의 아무런 강제 없이 문학이라 통칭하는 글을 간간히 써서는 생업이 될 수 없다. 그러니 우리가 흔히 말하는 직업이라는 명칭과는 어울리지 않는다. '자유작가'라는 말이 번듯하게 살면서 어느 정도 예술에 종사하는 사람이라는 의미라면, 이는 직업인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생계 걱정이 없는 백수나 한량이어야 맞다. 그렇지 않고서야 그저 편한 시간에 기분에 따라 이따금씩 글을 써낼 수 는 없을테니 말이다.
그러고 보면 자유작가들이란 한량과 고용작가(즉 저널리스트) 사이에 어정쩡하게 걸쳐진 입장이다. 따라서 스스로를 자리매김하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직업 아닌 직업을 가진다는 것이 늘 즐거울 리 없다. 많은 이들이 지속적인 활동에 대한 욕심으로 인해 자기 재능의 한계 이상으로 작품 생산을 밀어붙여 다작가가 된다. 또 어떤 이들은 자유와 무위를 못 이겨, 무직자가 걸려들기 쉬운 나태에 빠져버린다. 그런데 부지런하건 게으르건 신경쇠약과 신경과민에 시달리는데, 이는 일에 크게 치이지 않으면서 스스로에 대한 요구가 지나친 사람들이 겪는 증상이다.
웬만큼 이름 있는 작가라면 허구한 날 집으로 배달도는 우편물을 통해 독자나 출판사, 언론과 동료문인들이 자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무엇을 원하는지를 알게 된다.
그런 작가들은 정말로 하나의 직업인으로서 그야말로 제대로 사업을 하고 있는 셈이다. 이들은 자신의 재능을 십분 발휘하여 전문작가들끼리만 공유하는 특별한 수식어이자 은밀한 자격증을 손에 넣는다.
즉 '공인된 필력'이라는 타이틀이다.
이렇게 꼬리를 물고 생각하다 보면, 겉보기에는 마치 작가라는 직업에 속한 일인 듯 보이지만 결국 그저 시간낭비에 불과한 바보짓이 있는가 하면 반면에 그 본연의 일은 누가뭐라 하건 딱히 규정지어 직업으로 만들 수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작가의 업이란 침잠하고 눈을 밝혀 때가 무르익기를 기다리는 것이니, 그럴 때에 우리의 일은 때로 불면의 밤과 구슬땀이 따를지라도 '노동'이 아닌 소중한 '천직' 인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