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신뢰하고 싶다

[고전 읽기] 02. 인간실격

by 야옹이

인간실격은 작가의 죽음 직전에 집필되었지만, 그 구상은 작가의 내부에 오랫동안 잠재되어 있었다. 구체적으로는 1936년 그가 스물일곱 살 때, 정신병원에 강제로 입원당하고, 첫 아내 하쓰요가 다른 사내와 범한 사실을 알게된 충격적인 체험이 바탕이 되었다. 파비날(약품) 중독에 걸려 그 약값을 구하기 위해 여기저기 빚을 지고, 또한 중독상태에서 기교한 행동을 보이는 것을 걱정한 선배와 친구들이 이를 치료하기 위해 강제로 병원에 입원시켰던 것인데, 이 일은 다자이에게 상상할 수 없는 큰 충격을 주었다.


지금까지 자신의 주관적 진실, 정의, 윤리, 예술을 위해 행해온 고투가 세상의 눈에는 단순한 광인의 언행으로 보였다는 충격, 존경하고 신뢰하던 선배와 친구들에 대한 불신, 게다가 입원 기간 중에 그 순수함 탓에 사랑했던 아내가 시원찮은 사내와 과실을 범했다.

다자이는 더 이상 이 세상의 그 무엇도 믿을 수 없었다. 자신의 인간으로서의 자격을 박탈당하고 더 이상 인간이 아니게 되었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작가는 주인공을 인간사회의 이방인으로 선정한다. 자기는 이 세계의 삶에서 소외되어, 외계와의 현실적인 접점도 없고, 자신만이 다른 사람들과는 다른 내적인 자폐 세계에서 살며, 생명의 비약, 살기 위한 에고이즘. 생활력이 부족하고, 인간을 믿지 못하여 그 인간에 대해 깊은 공포감을 품고 있지만, 그래도 어떻게든 인간다운 인간이 되고 싶다. 인간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신뢰하고 싶다. 자신을 거짓으로 위장하지 않고 진실하게 살고 싶다. 나약하기는 하지만 아름다운 사람들과 한편이 되고 싶다. 하지만 그로 인해 언제나 여성들에게 빌붙는 인간이 되고 만다는 주인공의 성격 혹은 숙명을 묘사한다.


인간실격은 작가 다자이 오사무의 내적, 정신적인 자서전이다. 물론 사실을 그대로 묘사한 것은 아니지만, 보다 깊은 원체험을 허구적인 방식으로 표현하고 있다. 그와 동시에 자폐적이고 고독하고 소외된 현대인의 보편적인 인간상을 훌륭하게 포착해냈다.

이 작품은 나약하고 아름답고 슬프고 순수한 영혼을 가진 사람들의 영원한 대변자이며 구원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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