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걸 좋아하는 게 취미 / 김신지
순간을 모아두려는 것은 인생의 사소한 구석까지 들여다보려는 일과 다르지 않았다. 내가 이런 순간에 머무르려는 사람이구나, 이렇게 보내는 시간을 좋아하는구나. 알고 나면, 앞으로 나를 좀 더 자주 그런 순간으로 데려가고 싶어지기도 했다.
행복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갖는 데 있는 게 아니라, 자신이 가진 것을 원하는 데 있다고 말해준 건 누구였더라. 무엇보다 이런 순간들을 수집하면서, 나는 차츰 내가 가진 것을 원할 줄 아는 사람이 되었다. 내게 없는 것을 가지려 애쓰는 대신, 내가 가진 순간을 다시 한 번 더 원하는 사람이. 무언가를 이뤄야 한다거나 행복해져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 삶을 그저 산책할 수 있게 되었다.
나의 매일에 작은 기쁨들이 숨어 있다는 것. 삶에는 아직 우리가 발견할 구석이 많다는 것. 그런 생각이 들 때면 꼭 한참 앓고 난 뒤처럼 좀 더 잘 살고 싶어졌다. 누구도 아닌 나를 위해서. 긴 인생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을.
- 프롤로그 「봄, 여름, 가을, 겨울의 단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