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같은 엔딩을 누군간 생각하지만

김상혁

by 야옹이

내가 숲, 이라고 말하면 누군간 멀리 떨어진 곳을 상상하지만

사실 숲, 이라는 곳이 꼭 외지고 울창한 것만은 아니다

하루에 열 시간씩 노동하고

어쩌면 옆 사람을 사랑하고 용서할 시간과 마음 마저 다 끌어모아

나는 잘하고 있다. 점점 나아진다, 하며 자기 생각을 다잡아야 하는 나의 친구는, 근교 공원 인공으로 조성된 숲이 없었다면 벌써 미쳐버러렸을 것이다


해변, 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나는 아주 고요하고 어느덧 쌀쌀한 바람 불어오는 바닷가를 떠올리지만

사실 해변, 이라는 곳이 꼭 낭만과 사색을 즐기기 좋은 곳만은 아니다

스무 살 넘어 처음 바다란 걸 봤다, 내가 친구에게 말했을 때

그는 탁상 달력 속, 관광객으로 미어터지는 해변 사진을 바라보며, 그렇구나? 했다 8월 말 늦은 여름 어쨌든 우리는 잠시 바다 생각뿐이었다


그런 친구, 라고 하면 그를 사회니 삶이니 하는덴 무심한 사람이라 말한 것 같지만

사실 그런 친구, 라는 말엔 내가 생각하는 선하고 이상적인 모습도 담겨 있다

그래서 사랑도 낭만도 챙길 겨를이 없던 그가, 어느 날 도시에서 멀리멀리 떨어진 숲으로 들어갔다, 그래서 무변한 바다를 쳐다보며 자기와 타인을 돌아보았다, 같은 엔딩을 누군가 생각하지만


우린 짧은 공원 산책을 마치고 돌아와 조용히 달력을 한 장 넘겼으며, 각자가 가진 숲, 바다, 친구란 말의 의미를 잘 간수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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