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야옹이 Jan 11. 2024

헤어볼

고양이안내서

고양이가 헤어볼을 게워 내는 모습은 보기 힘들지만, 대부분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이 끈끈하고 냄새나는 덩어리는 보통 울렁대며 시작되는 불쾌한 구토와 구역질을 통해 밖으로 나온다.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모두 고양이의 정상적인 기능이다.


엄밀하게 말해서, 헤어볼은 모발 위석이다(모발은 털을, 위석은 위장 계통에 모여든 물질 덩어리를 뜻한다). 모발 위석은 보통 털과 위액이 빽뺵하게 뭉쳐진 원통형태인데, 가끔 음식물이나 그 밖에 목구멍으로 넘어온 물질을 포함하기도 한다. 고양이 혀 특유의 형태에 지속적으로 털을 핧는 습성이 합쳐진 결과, 고양이는 심심치 않게 헤어볼을 만든다. 고양이 혀는 끝부분이 구부러진 수백 개의 미세한 속이 빈돌기로 덮여 있으며, 돌기는 특히나 고양이가 털갈이할 때 헐거워진 털을 솎아 내는 기능을 한다. 돌기들의 밑동은 잘 휘어서 털이 엉겨 붙는 것을 막아주긴 하지만, 목구멍 뒤로 넘어가는 털도 많아서 결국 위 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끈적한 위 점막에 갇혀서 뭉쳐진 머리카락들은 평소처럼 소화기를 따라 이동할 수가 없다. 일단 머리카락 몇 개가 위에 붙으면, 다른 머리카락들이 더 들어붙어 크기가 커진다. 이는 결국 위를 자극하여 구토 행위를 유발한다. 즉, 복근을 수축시켜 위 속 덩어리를 식도를 통해 비우고, 뿜는다. 웩! 덩어리가 압착되어 식도를 통과하는 동안 익숙한 원통 형태로 만들어지면서 우리 집 반려묘 밥의 헤어볼이 완성된다. 비단결 같은 몸 털을 누리기 위해 지불해야 할 대가인 셈이다.


헤어볼 방지 식품들까지 나와 있으니 치료제를 찾을 수도 있지만, 몇몇 수의사들은 이것들이 효과가 없거나 오히려 해롭다고 여긴다. 그보다 더 주의 해야 할 것은 헤어볼을 토해내지 않는대도 발생되는 구토, 구역질 그리고 헛구역질이다. 어딘가 막혀서 문제가 생긴 것일수 도 있다.

작가의 이전글 인력시장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