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 이야기 2. 엄마가 아프니까

혼자서 머리 묶고 갈게!

by 아보카도

어제 어떻게 잠이 들었는지 모르겠다.

큰애 기숙사에 넣을 짐들을 하나하나 체크하고

빠진 게 있으면 불편할까 봐- 그렇다고 너무 많으면 쓰지 못한 짐이 될까 봐.. 살펴보길 반복하다 설거지도 못하고 잠이 들었다.


학교 측의 텀블러 꼭 들고 오라는 말에 텀블러용 수세미와 분리세척할 작은 스텐대야, 작은 통에 분할한 주방세제까지 챙기는 모습에 살짝 과함을 느끼면서도, 끝내 위생 관련된 거니 어쩔 수 없다며 꾸역꾸역 집어넣은 모습이 나답다. '물만 마실 거잖아~ 대충 비눗물로 헹구고 입 닿는 부분만 좀 신경 써!' 해도 될 텐데, 3일만 자고 오는 기숙사 적응기간에 마치 한 학기를 보내고 올 것처럼 바리바리 챙겨버렸다.


걱정이 되면 화가 나는 신경 시스템은 내 문제인 것 같다. 처음 짐 싸들고 혼자 나가 자보는 아이한테 아침부터 버럭버럭이었다. 왜 무거운 책을 캐리어에 안 놓고 그렇게 메는 가방에 들고 가냐는 잔소리부터, 내복 바지를 왜 안 입고 청바지만 대충 입냐는.. 얼어 죽을 남극에서 텐트생활을 하는 것도 아닌데 나 혼자 안절부절이었다.


내야 하는 서류뭉치를 제외하고 중요한 것들(처음 치르는 반배치고사, 기숙사 적응)은 사실 아이 몫이라,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고는 그런 자잘한 뒷바라지밖에 없다는 걸 어느새 알게 됐다. 물론 그 '자잘한'은 반드시 필요하지는 않지만 아이 첫 이미지에 데미지입히지 않을만한 새 이불세트, 내복, 외출복의- 구매, 세탁, 건조를 포함한다.. 다이소에 네댓 번 들락거리며 10만 원쯤 쓰는 것도 포함이다.


그렇게 늘 둘째는 뒷전이었다. 그래도 작년 이맘때는 문제집 하나를 제때 사주지 않아서 5학년 3월이 되고 나서야 '나 이거 단원평가 봐야 하는데 문제집이 없어'소리를 들었는데, 올해는 방학 전에 다음 학기 수학문제집 정도는 사줬다. 둘째는 미안하게 똘똘했다. 첫째 때는 1학년부터 4학년까지 아이가 풀어놓은 문제집을 쌓아놓고 채점하기 바빴는데.. 둘째 때는 6학년을 코앞에 두고도 문제집 채점 한 번을 해준 적이 없다. 간식 사 먹으라고 카드를 쥐어주거나, '엄마 나 3시 반까지 놀다 가도 돼?'라는 전화에 '그래-'정도로 답했을 뿐이다. 희한하게 그렇게 놀면서도 공부를 곧잘 했는데(동네 도서관이 크게 한몫했다) 첫째는 좋다는 문제집은 죄다 사서 넣어주며 이것도 풀어야 해, 저것도 풀어야 해- 했었다면.. 둘째는 찾는 문제집이 서점에 없으면 '다른 거 풀어 괜찮아~'했다.(그마저도 엄마가 관심 써줘서 고맙다며 문제집을 꼭 끌어안던 둘째다..)


오늘 아침 새벽에 일어나 첫째 짐 챙기고 식구들 아침 챙기고 아파 드러누우니, 둘째가 입을 열었다. '엄마, 오늘은 엄마가 아프니깐!! 내가 혼자 머리 묶고 갈게~~ 내복바지 챙겨 입었고!! 물통도 챙겼고!! 안경도 닦았어~~'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렇게 말하고 학교로 떠났다. '공주님~ 쉬세요~~' 지쳐 드러누운 사람을 풉 하고 웃게 만드는 발랄함이 어디서 왔는지 모르겠지만, 이름을 참 잘 지었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비출 소, 화할(따뜻하고 부드러움) 민. 둘째가 앞으로도 이름처럼 자라주기를. 엄마가 응원하고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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