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 5. 계급장 떼고 말씀하시죠

브랜드 가리고 출품하세요

by 아보카도

이 글의 목적은 공격이 아니다. 스스로를 속이는 게 불편한 사람들을 위한 진짜 이야기에 가깝다. 이 말은 위선이 자연스러운 누군가는 매우 불편할 수 있다는 뜻인데, 좋아요를 굳이 바라지 않는 나로서는 그냥 있는 그대로를 바라보는 게 마음 편하다.


블라인드 입시, 블라인드 채용- 이걸 한국사회에서 진짜 믿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싶다. 계급장 혹은 학교나 직장 브랜드를 달기 위해 쏟아부은 노력들을 감안하면, 평가절상의 달콤함을 누리는 것쯤이야 당연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나도 아이가 사회에서 대접받기를 바라지, 평가절하되거나 무시당하는 일을 겪는다면 기분 나쁜 게 당연하다. 나 스스로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처음 뭔가를 넘기만 하면 인정받던 시대는 저물고 있다. 뭔가를 넘긴 후엔 '너라고 주장했던 그게 진짜 네가 맞는지, 업데이트는 지속적으로 하고 있는지' 몇십 겹의 확인질문을 받을 테다.


그러니 계급장 떼고 말하는 연습, 브랜드 가리고 출품하는 연습은 '진짜 실력'을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건물이 포스코인지 힐스테이트인지 자이인지도 중요하지만 무슨 콘크리트 어떤 철근을 썼는지, 정량을 지켰는지는 어떤 순간 반드시 검열된다. 스스로 계급장, 브랜드 뒤에 숨지 않아야 하는 이유다. 동시에, 진짜 실력이 있는 사람은 어떻게든 찾아내 들어 써야 하는 구조도 만들어야 한다. (물론 브랜드 뒤에 숨으려는 자들이 끌어내리겠지만.)


아이가 갈고닦아 나아가는 길의 목적이 '대접받기'에 있지 않았으면 좋겠다. 잠깐 빛나는 순간이 올 때 감사하되, 타인이 켜주는 스포트라이트가 꺼진 자리에서, 스스로 자가발전기를 돌려 빛을 내는 사람이 되기를. '본질'없이 살아남기 힘든 세상이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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