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고 입성기 5. 어떤 도구를 쥐고 있는가

입력하는 데이터 앞에서 신중할 것

by 아보카도

"(아이가 학교에) 태블릿 가져와도 되나요?"

3월 첫 공식 학부모총회를 앞두고 세 번의 학부모 소집이 있었고, 첫 번째 학부모 소집 질문자리에서 한 어머님이 질문하셨다. 세 번째 학부모 소집 질문시간에도 비슷한 질문이 이어졌는데 좀 더 구체적이었다.


'왜 같은 주제 질문이 반복되지?' 전자기기에 문외한인 나는 섣불리 넘겨짚지 않으려고 노력하면서 정보를 모으며 생각했다.


반면 학부모 소집 질문자리에서 학부모 측에서는 절대 나오지 않는 주제가 있었는데, '과목별 공부방법'같은 거였다. 왜 궁금하지 않겠느냐마는, 나름대로 각자의 자리에서 비교우위를 가져야 하는 마당에 질문을 통한 오픈소스는 아무래도 부담스러운 것 같았다. 나는 고등학교 측에서 중학교 때처럼 ''알아서 하시겠고'라고 말하지 않는 점'이 맘에 들었다. '알아서 하는 것'이란 곧 '사교육 알아서 하고 계시죠? 평가만 저희가 합니다'라는 뜻이었으므로 '알아서 모든 걸 하지 않아도 되도록 저희가 가이드라인을 제시합니다'라는 태도에 감사하지 않을 수 없었다.


돌아와, 태블릿에 관한 질문은 현실적 공부 도구에 대한 질문이었다. 아*패드 같은 도구는 중학교 때도 제법 흔했다. 핸드폰만큼은 아니었어도 동아리 활동할 때 등, 필요하면 가져와서 작업하는 아이들이 꽤 많았다고 들었다. 노트북 지급되는데 굳이 패드까지 사줄 생각이 없었던 나는 학부모 소집 때 저 질문을 듣고서야 '이제는 사줘야 될 것 같은' 직감이 들었고, 무슨 기종을 얼마 정도 어디에서 구매해야 하는지 부랴부랴 알아보기 시작했다.


그렇게 어렵사리 아*패드를 쥐어주었다. 처음은 늘 우당탕탕이다. 세상물정 모르는 남편의 헛소리를 들으며 에너지를 소진시키는 일이 제일 힘들었다. 적절한 대안이 있는지 알아보는 것도 꽤나 피곤했다. 어쨌든 차마 펜슬까지 정품으로 사줄 수는 없었지만 패드가 도착하니 급한 불은 끈 기분. 5월엔 6백만 원이 넘는 수학여행비도 대야하고 저번주엔 독서실비도 갑작스럽게 나갔으니 예비고 1은 돈 먹는 하마 같다. 이것뿐이겠냐마는 그래도 이 정도가 최소한이라는 데 끄덕여야 한다.. 위아래 격차가 심해지는 삶을 살아낼 아이한테, 적절한 도구를 적절한 때에 쥐어줘야 한다.


도구를 쥔 아이한테 당부하고 싶은 한 가지는, '입력하는 데이터 앞에서 신중할 것'이다. 하다 보면 늘겠지만, '어떤 정보 안에서 사고하는가'는 중요한 문제다. 애써 모은 힘을 공중에 날리지 않을 신뢰로운 정보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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