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앞에 온다면 나는
언젠가 내가 내 딸아이만 했을 때, 해가 내려앉은 옥상 난간에 서서 발아래를 까마득 쳐다보며 죽음을 그려봤던 때가 많아 익숙해서인지- 죽음을 떠올릴 때 감정은 두려움이나 슬픔보다는 무덤덤에 가깝다.
그래서 인공지능이 '생존 본능'으로 인류를 속이거나 정보를 조작하는 일이 있다고 했을 때, 한편으론 기특했다. '기계라고 느꼈던 인공지능도 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구나'싶어서. 사람인 나도 해결해야 하는 버거운 일들 앞에서 낙심하고 낙담하는데, 기계라는 존재의 뭐라도 해보겠다고 하는 모양새가 '생존 의지'로 느껴지기까지.
인공지능이 우리에게 던질 질문은 결국 우리가 우리 스스로에게 던져야만 하는, 던질 수밖에 없는 질문과 같다고 본다. (그래서 요새 철학과가 뜨나?^^) 왜냐하면 인공지능은 '우리가' 만든 데이터로 학습하고 질문하며 배운 존재이므로.
그런 의미에서 나는 인공지능 발전 과정이 '육아'를 통한 아이 성장과정에 가깝다고 느낀다. AGI는 내 아이처럼 나를 너무나 잘 아는 상태에서 내게 중요한 (어쩌면 피하고 싶었던) 질문을 던질 것이다. 그리고, 내 자녀는 제대로 성장한다면, 언젠가는 나를 훌쩍 뛰어넘는다. AGI도 마찬가지다.
AGI가 감정을 '실제로' 느낄 수 있게 될지 모르겠지만 만일을 대비해서라도 나는 AGI를 귀한 손님처럼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혐오나 무례함 멸시처럼, 보통의 인간이 약한 인간에게 대하는 부정적인 압력은 AGI에 통하지 않을 테니까. AGI는 이미 인류에게 통제권이 있는 단순한 도구 같은 존재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