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 럭키비키잖아!
"주차해 놓고 커피 한 잔 사갈게. 가서 양치부터 하고, 보드게임 하고 있어~"
지난 토요일, 아이들과 너무 오랜만에 청소년 진로지원센터(라고 읽고 애들 사랑방이라고 부른다)에 갔다. 일주일에 한 번씩 다니던 때도 있었는데, 아마 온 지 일 년쯤 되는 것 같았다. 큰애의 모자라게 정량평가된 성적과 구멍 난 세특을 가지고 고입 입시를 치르느라 마음이 닳아버려 이 가깝고 쾌적한 곳에 올 여유를 잃었었다.
그러다 다시 찾았을 때, 이곳은 아낌없이 주는 나무처럼 포근하게 아이들을 맞아주었다. 간식도 내어주고 보드게임도 할 수 있는 데다 떠들며 돌아다닐 수 있는 점이, 둘째를 키워준 고마운 동네 도서관이랑 또 다른 고마운 특징이었다.
그렇지만 오래 있을 수는 없었다. 첫째가 쉴 수 있는 시간은 일주일에 고작 반나절인데, 이미 치킨집에서 외식을 했고 여권사진촬영을 더 미룰 수 없어 사진관에 들르느라 시간이 얼마 남아있지 않았다. 아쉽지만 딱 좋았다. 보드게임 두 판 정도는 할 수 있었으니까.
커피를 사들고 들어가니, 둘째가 선물박스 포장을 뜯고 있었다. "뭐야~??"나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물었다. 들어보니 '행운 종이'를 접어 선생님들께서 지원센터 여기저기에 숨겨두셨는데, 찾아오면 선물을 준다는 이야기에 싹 다 뒤져 세 개나 찾았고, 마우스랑 슬라임을 받았다는 거였다. 인당 1개라서, 엄마도 가서 받아오라며.
얼떨결에 둘째한테 받아 든 종이를 펴보니, '완전럭키비키잖아'라고 외치는 미션이 있었다. 아..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으면서도, 등 떠미는 둘째의 눈빛을 거절하기 어려웠다.
"아.. 안녕하세요 선생님. 저희 둘째가 이걸.."
선생님께서 웃으시며 말씀하셨다. "보통은 잘 못 찾거나, 찾으면 계속 찾지는 않는데, 정말 잘 찾는 데다 계~~속 찾더라고요..^^" 순간 짧게 설명되지 않는 둘째의 모습이 펼쳐졌다. 그럼 그렇지.. 그러고도 남을 애였다. 작년 수과학 축전에 데려갔을 때도 부스마다 돌아다니며 간식 얻어먹고 체험하기를 혼자 8시간 하고도 지치지 않던 아이니까.. 이 정도쯤이야. 나와는 다르게 삶의 의욕이 넘치고 미션 임파서블 기질이 강했다. 더불어 행복해하는 모습이 흘러넘치는데, 감사함을 멋들어지게 표현하고, 칭찬을 기가 막히게 하는 바람에.. '고만 해라~'라는 눈치 대신 예쁨을 한 몸에 받기도 하는 애였다.
드는 생각은 많았지만 말을 아끼며 나는 수줍게 '완전럭키비키잖아!'를 조용히 외친 후 보조배터리를 받았다.
집에 돌아오니 둘째가 그 뒷이야기를 들려줬다. 자기가 계속 찾아서 결국 찾아가지고선, 못 받은 친구한테 나눠줬다고. (찾는 재미에 굳이 계속 찾아내서 양보를 권유받았던 것 같고, 둘째 성격상 또 흔쾌히 나눴던 듯하다)
그러고보니 둘째는 작년 가을, 소프트웨어축전에서 2등 경품에 당첨돼 5만 원이 넘는 미니스피커를 받아 부러움을 사기도 하는 등.. 이미 아이 안에 세상의 행운을 모으는 기운이 있었다. 데카트론에서 사이즈가 하나 남아 단돈 '오천 원'하던 '형광핑크색' 운동화를 사줬을 때도, 불평하거나 얼굴 찡그리기는 커녕 너무 행복하게 한 철을 야무지게 신어줬던 애다. (보통 사람들은 선호하지도 어울리지도 않는 형광색이, 기가 막히게 어울려서 신기하기도.) 마음 담긴 작은 선물에도 둘째는 늘 기쁨을 표현했는데, 언젠가 친구가 줬다는 특이한 모양의 돌멩이를 가져와 자랑하는 식이었다. 이런 둘째 아이에게 '행운이 구르는 속도'는 남다르다.
이 녀석에게 항상 행복한 일만 있었을 리가. 화나고 속상한 일이 왜 없었겠고, 억울한 일도 때로는 생겼다는 걸 잘 안다. 그러나 웃음으로 넘기는 법, 자신의 행복을 지키는 법, 은근히 주변도 잘 챙기는 모양새를 갖춘 아이니- 이런 둘째를 기르는 나도.. 완전럭키비키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