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뚝불뚝 사춘기 1. 신뢰하면서 의심하고 있는가

너를 믿지만 믿고 있을 수만은 없어

by 아보카도

만 3세까지의 고통과 행복이 중첩된 육아과정을 통과하고 나면-(체감상 18개월-30개월 사이의 '마의 구간'을 특히 잘 끝내고 나면)


사실 아이를 키움에 있어 큰 정신적 장애물은.. 사춘기 전까지 크게 없었던 것 같다. 그러다 아이의 뇌가 '자주적'으로 조금씩 변하면서, 무한 신뢰할 수 없는 상황이 펼쳐지는데- 쉽게 말해 '믿지만 믿고 있을 수만은 없어!'장면이, 꼭 중요한 순간에 펼쳐지곤 했다.


양자역학에서 말하는 순간적인(시간이 거의 걸리지 않는) 판단(관찰과 거의 동시에 일어나는 어떤 현상의 결정)은 내가 느끼기엔 사람의 '직관'에 가깝다. 이 직관은, '경험을 포함한 많은 데이터와 관찰력, 분석력, 지혜, 특히 가치관 충돌 시 우선순위 배정에 따른 판단'이 순식간에 돌아가는, 과정 끝 세미결론(힌트)과 유사하다.


감각을 너무 믿지 말라는 말, 눈으로 수치화되는 데이터를 더 중요하게 보라는 말, 나는 여기에 완전히 동의할 수 없다. 개인적으로 열악한 환경에서 생존해야 했으므로 주변을 관찰하고 분석하는 능력이 자연스럽게 발달했지만, 정말 중요한 순간의 최종결정은 직관에 맡기는 편인데(욕심과 사심과 의도를 버리고 사뭇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중요), 말로 뚜렷하게 과정을 설명할 수 없는 감각이 논리적인 수치보다 정확할 때가 많았기 때문이다.


(결국 맞아떨어지는) 순간적인 직관은, 양자역학에서 말하는 중첩상태에서 이루어진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니까, 자녀를 믿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같은 0 아니면 1인 이진법 사고가 아니라, 신뢰하면서 동시에 의심하는 0과 1의 중첩상태에서- 그 아이를 위한 (구체적 솔루션이 아닌) 힌트를 발견할 수 있었던 듯하다.

작가의 이전글노트 4. 에너지, 아무 때나 아무 데나 쓰지 않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