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글로리 2. 아무도 기대하지 않는다

네가 높이 올라갈 거라고

by 아보카도

**wee센터에 실습 나갔을 때, 나는 사회복지사, 임상심리사, 전문상담교사 등으로 구성된 팀을 만났다. 위클래스에서 연계된 학생 내담자가 찾아오면, 주 양육자와 함께, 혹은 내담자인 학생만 아이스브레이킹이 필요한 초기 상담을 거쳐 내담자에 필요한 심리평가와 함께 맞춤 지원이 이뤄지는 공간을 관찰할 기회였다.


내담자의 상태는 다양하게 심각했다. 전사고 학생의 학업스트레스부터 성폭력, 재혼가정 아이의 자해, 학교에서의 따돌림 등이었다. (보통 복합적 문제 상황이고, 흔치 않은 심각한 상황일 때 wee센터에 연계된다) 나는 가정 방문을 통해 아이 가족을 만나는 일을 병행하거나, 모 학교 wee클래스에서 wee센터 선생님과 함께 내담자를 만나며 짧은 시간 많은 관찰을 하게 됐다.


몇 안 되는 내담자의 그 다양하고 무거운 상황들에 눈을 뗄 수 없었던 이유는, 내 어린 시절을 눈앞에서 재생하는 듯했기 때문이다. 청소년 시기의 내가 생각보다 심각한 상황에 놓여있었다는 것도 그때 알게 됐다. 어쨌든 나는 이런 아이들이.. '도움의 손길을 받았을 때, 어디까지 올라갈 수 있을지' 궁금해서 센터 선생님께 물었다. (내가 어디까지 올라갈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이기도 했다) "이 아이들은.. 커서 어떻게 되나요?"

마음속으로는 '이렇게 잘 된 케이스도 있어요'를 꿈꿨는데, 현실적인 답변이 돌아왔다. "그렇게, 크게.. 기대하지 않아요."


아아. 나는 무슨 선고를 받은 것 같았다. 세상이 내게 직접 말하지 않았지만 내가 느꼈던 안타까운 눈길 뒤에는 그 생각이 있었던 거다. '크게 기대할 수 없음'. 서러워서 눈물이 솟구쳤다. 나는 무얼 위해 여기까지 온 걸까 하고. 나는 누군가 내 삶을 기대해 주길 바랐는데, 내 사정을 알게 된다면 나 말고는 아무도 진심으로 응원하기 어려운 길에, 홀로 외롭게 서 있는 것 같았다.


'크게 기대하지 않는다'는 말을 잘 받아들이기까지, 시간이 제법 오래 걸렸다. '지금은, 아직은', 크게 기대하지 못하는 상태에 당신이 놓였다는 뜻이다. 모든 사람에게는 자신만의 때가 온다는 걸 그때는 잘 몰랐다. 끝이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 나를 잃지 않는 것 자체가 힘은 힘대로 드는데 밖에서 보기엔 부질없어 보이는 일이다.


부디, 자신의 상황을 부정하지 않고 받아들이며, '다시' 시작하기 전에 숨을 깊이 들이마시며 호흡을 정렬하시길. 눈물이 나더라도 이불을 걷어올릴 아주 조그마한 용기가 생기는 걸 느껴보시길. 나의 작은 기도가 오늘 누군가에게 닿아 따뜻하게 느껴지기를.


당신은 당신일 뿐 아니라, 당신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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