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 이야기 6. 인생은 태도빨이야~

난 기분이 안 좋으면 엘리베이터를 안타

by 아보카도

아무래도 둘째는 이번 생이 처음이 아닌 것 같다. 토실하고 발그레한 볼때기가 만지작거리고 싶은 슬라임처럼 생겼을지언정, 적잖게 적재적소에 툭툭 던지는 한마디의 무게가 남다르다. 그래서 의외로 어른들이 자주 말을 걸다가 대화로 이어지며, '너 인생 N회차니'라는 이야기를 듣고는 한다.


요새 내 문제는 종잡을 수 없는 기분변화였다. 찬바람이 불면 급속도로 피가 돌지 않는 바람에 코트를 껴입고 장갑을 껴도 손은 냉방상태고, 발도 마찬가지인지 오래다. 가끔 겨울에 학교 선생님들과 악수할 일이 생겨 손을 내밀어야 할 때, 상대방이 찬기에 흠칫 놀랄까 봐 장갑을 벗을지 말지 고민하곤 했다. 나이 많은 여자 선생님들의 손이 나보다 훨씬 따뜻하다는 걸 알았을 때, 나는 겉보기만 젊은 산 송장 같다는 생각도 했다. 이번 겨울에도 아이들이 차에서 '엄마 손에서 열나, 더워'라고 말하면 '부럽다~ 건강한 거야. 내 손은 얼음장이야'로 받아쳤다가 아이들이 손을 녹여준다며 한참 만질 때가 많았다. 어쨌든 이렇게 쉬이 체온조절이 잘 되지 않는 상태에서 나는 극도의 기분변화를 느낀 지 오래 됐다.


'일부러 그러는 건 아니고, 여름이나 겨울에 온도변화에 몸이 적응하지 못할 때 특히 기분 변화가 심하니, 이해해 줘'라며 나는 구체적인 사과를 하곤 한다. 아이들에게 어처구니없이 작은 일에 (예를 들어, 안경 닦는 천을 제자리에 안 놨다거나 젖은 수건을 책상 위에 깜박하고 둘 때) 불같이 화내곤 하는 일은 내 문제다. 정확히는 내 몸의 문제다.


그렇게 나의 불같이 화를 냈다가 물을 끼얹은 듯 수그러드는 모양새조차 아이들은 제법 긍정적으로 해석해 줬는데, 너무 고맙고 기특해서 칭찬해 줬더니 둘째가 대뜸 말했다.

"인생은 태도빨이야~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내 태도에 달려있잖아?"


음..'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게'라는 책 제목의 6학년 버전 같았다. 어쩜 이렇게 철학에다 유쾌함을 한 스푼 얹었을까. 칭찬해 주면서 내 기분관리의 어려움을 호소하자 인생 N회차가 분명한 둘째는 말을 이었다.


"난 기분이 안 좋으면 엘리베이터를 안 타."


''기분관리에는 걷기가 최고'라는 진부한 얘기를 저렇게 표현한다고?'나는 내심 놀라서 눈을 동그랗게 떴다. 둘째가 또 말을 이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천천히 곱씹으면서 내려가는 거야. 그리고 계단실은 목소리가 울리잖아, 음을 넣어서 말하면 노래처럼 들려~"


감탄할 일이었다. 빨리 오르내릴 수 있는 엘리베이터 대신 느려도 한참 느린 계단을 일부러 선택함으로써, 아이는 자기만의 생각정리와 기분관리를 이미, 하고 있었던 거다.


"아무래도 우리 둘째는 엄마를 가르쳐주려고 태어났나 보다~" 너무 기특해서 안아주고, 또 안아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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