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 11. 지금 하고 있는 일이

가장 중요한 일이다

by 아보카도

점심을 다 먹고 난 큰애가 울고 있었다.


"그땐 진짜 힘들었잖아. 너 초등학교 1학년 때, 그리고 5-6학년 때."


큰애가 끄덕였다. 내가 말을 이었다. "냉장고에 먹을 게 떨어져 간다는 걸 알면서도 너희들을 앞에선 애써 괜찮은 척을 했어. 그렇게 키웠어. 그렇지만 아빠한테는 그럴 수가 없었어. 내가 답답해 욕하고 소리 지르면 아빠는 안일한 웃음으로 괜찮다는 말만 반복하는 도돌이표 속에서, 한창 집중해서 공부할 나이에- 네가 집중력을 기를 수 있었을까. 미안해."


"집중력에 대해 황농문 교수님이 '몰입'이라는 책에서 이렇게 쓰셨거든, 들어봐.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다음에 뭐게?"


여러 말이 오갔다. 둘째가 "잘 될까?" 이런다. 자기도 모르게 표현한 솔직한 마음 같아서 잠깐 웃음이 났다. "아니~ 집중력을 표현하는 문장이라고 했잖아. 마침표로 끝나."


애들이 잠시 머리를 굴리다 큰애가 말했다. "부사가 있을 것 같고, 매우, 제일 이런 거. 제일 중요한 일이다?"


"맞아. 딱 맞췄어. '지금 하고 있는 일이 가장 중요한 일이다'. 근데 초등 5-6학년 때, 중1까지의 너를 되돌아보면, '여기까지 끝내야 해'라는 압박감이 느껴졌거든. 현실은 힘들지, 할 일은 쌓여있지, 집중하기 얼마나 힘들었겠어."


큰애가 잠자코 듣더니 눈물 콧물을 훔치고 있었다. 가족 안심시킨답시고 매번 거짓말로 허세 떠는 아빠와, 수상해하며 불안해 화내는 엄마 사이에서, 아이는 제 앞날이, 가족의 앞길이 걱정됐을까. 큰애가 대단한 건, 그 길을 묵묵히 걸어온 점이다. 둘째는 요즘 들어 언니 심정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흠 생각해 봤는데, 우리 집은 좋은 구조 만들기가 상당히 어려운 것 같아! 만약 해낸다면 그건 기적일 거야~ 근데 그러다 엄마가 가루가 되면 무의미 아냐?'


큰애가 내게 문자를 보냈다. 맙소사. 이 아이도 어느새 생각이 깊어졌다. 나도 답장 메시지를 보냈다.


'우리 집에서 좋은 구조를 만들어낸다는 건, 누군가 하얀 잿가루가 될 만큼 어려운 일이지.. 그만큼 가치 있는 일이기도 해. 우리는 하루하루, 기적을 쌓아 올리고 있어.'


절망과 한숨 속에서도, 아이들이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아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일이었으면 좋겠다.


다음은 큰애랑 기숙사 가는 날 아침에 듣기로 했던 노래, 원필의 '행운을 빌어 줘' 가사 일부다.


자 이제는 기나긴 모험을 시작할 시간. 준비했던 짐을 메고 현관문을 열 시간. 정이 들었던 집을 등지고서 익숙한 이 동네를 벗어나서, 내 발 앞에 그려진 출발선. 이젠 딛고 나아갈 그때가 된 거야.


앞으로 총 몇 번의 몇 번의 희망과, 그리고 또 몇 번의 절망과, 차가운 웃음 혹은 기쁨의 눈물을 맛보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아무쪼록 행운을 빌어줘, 내 앞길에 행복을 빌어줘. 계절이 흘러 되돌아오면 더 나은 내가 되어 있을 테니, 기대해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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