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 이야기 5. 초기대응은 매우 중요해

혼자를 두려워 말고, 너무 망설이지 마라

by 아보카도

더 이상의 대안이 없을 정도로 매우 훌륭한 학교임에도 불구하고, 정말이지 고르고 골라 거르고 걸러 더할 나위 없이 멋진 학생들을 뽑아 모아 놨음에도- 기숙사 생활은 조심 또 조심해야 하는 단체 생활이었다.


큰애는 한 주 동안 얼마나 긴장하고 참았으면, 집에 도착한 금요일 밤 11시를 넘기지 못하고 뻗었다. 작은 일에 이상하게 짜증을 폭발시키는 건 덤이었다. 뻗기 전 교복도 벗지 않고 이런저런 얘기를 늘어놓았는데, 심각하지는 않았지만 초기 대응해야 할 지점이 눈에 들어왔다.


집에 오는 금요일 급식실 가는 길에, 식사 멤버 중 하나(B)가 애들한테 소리를 빽 질렀다는 거였다. 들어보니 별 일도 아니었다. 비 맞는 짧은 길을 뛰어갔는데, 도착하고 나서 B가 비 안 맞고 돌아가는 길을 안다고 해서, '그럼 좀 알려주지~~'했더니 대뜸 돌고래 소릴 그렇게 크게 질렀다고. 지나가던 선생님, 선배들, 동기들이 다 쳐다볼 정도였단다.


대번에 B가 '감정조절이 어려운 상태'에 있었다는 건 인지했다. 그 일의 여파가 자신에게 얼마나 불리하게 다가올지 생각하고 행동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큰애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B는 같은 반은 아니었지만 무슨 일이든 엮일 수밖에 없는 사이였고, 이미 자신이 정하지 않은 (정해진) R&E 조원이었기 때문이다.


어떻게 같이 밥을 먹게 됐냐고 물으니, 반에서도 기숙사에서도 짝꿍사이인 A는 같이 밥 먹는 B, C와 같은 학원 같은 반이라 엮였다고 했다.


곤란하더라도 일이 일어난 직후에 빠르게 정면승부 해야 뒤탈이 없을 것 같았다. 망설이다 일이 꼬이거나 흐지부지 되면 나중에는 더 크게 터진다는 걸, 경험으로 알고 있었다. 제일 중요한 건 사실을 빠르게 알리고 내 전화번호를 B 엄마에게 남기는 거였다.


안 그래도 바쁜 일정, 구조 짜면서 할 일을 밀도 있게 해내야 하는 아이한테는- 카드를 쥐어주며 미리 봐 뒀던, 키보드 사용실이 분리된 독서실로 내보냈다. 중학교 때와 다른 점은, 내가 전면전에 나서기로 마음먹은 부분이다. 드러낼 건 드러내고, 숨기지 않고, 현 상황과 도움 청할 부분을 정확히 언급하고, 누군가 선 넘는 부분은 확실히 차단하는 것.


세상 당당한 척 뻔뻔하게 사는 또라이들도 많은데, 진실하고 성실하게 살아온 사람들은 겸손하게 뒤에 서 있다가 어느 순간 뒤통수 맞는 현실에 반기를 들기로. 드루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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