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 안 빠뜨리는 게 더 중요해
나는 화장을 안 한다. 일단, 화장할 여력이 없다. 화장을 정성들여 하고 지우고를, 매일 반복할 힘이 부족하다. 성격상 화장도구를 깨끗하게 유지하는 것 까지가 화장이라서, 매일 텀블러 씻는것도 귀찮은 마당에 일을 늘리고 싶지 않다. 둘째, 갑갑하다. 얼굴이 답답하고 특히 눈 주위가 불편하다. 셋째, 돈 아깝다. 넷째, 화장 안해도 크게 이상하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꼭 하는 게 있는데, 눈썹 정리 및 그리기다. 그걸 안하고 나간 기억은 수십 년간 손에 꼽을 정도다.
그런데 으악. 입학식 아침에 눈썹 펜슬이 안보였다. 기숙사 짐 싼다고 이것저것 뒤지다보니, 사라졌다. 눈썹 지켜..ㅠㅠ 한 십여 분을 찾다가 평범한 2B연필로 그리고 나갔다. 어쩔건데.. 일부러 골라둔 회색 코트와 원피스, 검정 부츠, 검정 백, 은색 시계까지 모든 게 완벽했는데 눈썹 지켜..ㅠㅠ
그렇게 큰애는 첫날부터 지각을 했다. 물론 역대급으로 주변이 혼잡해서 우리 뒤에 늘어선 차량들도 많았지만, 이걸 예상하고 훨씬 일찍 나와 8시에 도착한 친구들도 있었다. 실제로 큰애 친구가 1등으로 도착했다고 말해줬다. 반성했다.
큰애 성격상 귀가 벌게져서 들어갔겠지만- 다음엔 내가 동행하지 않을 테니 지각 따위는 없을 예정. 6시에 일어난 큰애한테 미안했지만- 짐 빠뜨리지 않는 게 더 중요했고 내일 빡센 일정 소화는 더 더 중요하다.
(그리고 왠지, 이런 일로 찍힐 것 같지는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