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 이야기 8. 삐룩꾸룩 삥뽕이잖아~!

곤란한 이야기, 순간적 대처

by 아보카도

둘째는 사람을 간파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다. 어렸을 적부터 이야기가 삼천포로 빠진다거나 해서, ‘정신 차려~ 그 얘기가 아니잖아 ‘라는 말을 곧잘 듣곤 했던, 산만함 그 자체였던 꼬마.


기대가 크지 않아서였는지, 이 아이가 보여주는 모든 발걸음이 오히려 놀라운데, 어제 들려줬던 이야기도 하나의 에피소드가 됐다.


“엄마 있잖아~~ @@가 야쿠르트 나만 빼고 나눠줬던 ₩₩랑 놀았나 봐. 둘이 놀다가 남자애들 골려주자고 공 가져다가 옥상에 던지자고 했나 보더라고. “


“이그. 재밌어 보인다고 함부로 발들이면 곤란해질 수도 있는데. 그런 장난에 또 응했어?”


“그래서 하다가 딱 걸린 거지. 그랬더니 ₩₩가 자기가 안 그런 거라고, @@가 하자고 한 건데 이러면서 덮어씌우더래~“


“뭐야. 그냥 손절당하기 딱 좋은 행동을 그렇게 대놓고 하냐. “


“그래서 @@가 우리한테 와서 그 얘기를 하더라고. 내가 그랬어. ‘이거 완전 삐룩꾸룩 삥뽕이잖아!!??‘“


“뭐야 정확하게 말 안 하고 삐룩꾸룩 삥뽕이라니~”


“여기다 나도 전에 무슨 일을 당했는데 어쩌고 저쩌고 하면 뒷담화가 돼버리니깐. “


왓더.. 이 녀석이 나보다 낫다.. 싶은 순간을 나는 다시 만났다. 때로는 구체적이고 부정적인 일에 휘말릴 적에, 공감해 주면서도 휘말리지 않는 적절한 방법이 필요한 건데. “속상했겠다, 나도 그런 일 당한 적 있어.”같은 교과서적 대응이 아니어도 이렇게 풀어나갈 수 있다는 걸 배웠다.


@@는 크게 웃었고 곧 기분을 회복했다고 했다. 이 아이들에게 필요한 건 누군가를 뒷담화로 말려 죽이는 것도, 나쁜 기분에 휩싸여 가라앉는 것도 아니었다. 공감과 위로 그리고 화남과 웃음을 동시에 안겨준 ‘삐룩꾸룩 삥뽕‘이었다. 나는 ₩₩가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 거라 생각하고, 어쩌면 깊이 쌓인 부정적인 감정이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hsp지만 동시에 내 아이가 적절한 선을 지켜 건강하게 자라길 바라는 엄마이기도 하니까. 기회가 되면 ₩₩ 그 아이도 잘 자랄 수 있는 씨앗을 건네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 그게 청소년 소설이든, 믿을만한 어른과의 대화든, 선생님의 따뜻한 시선이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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