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돌아오고 있음
“집에서 보통 무슨 일 하세요”
“울다가, 아이들이 학교에서 돌아오면 괜찮은 척, 웃어 보였네요. “
나는 ‘울다가‘ 라는 말 뒤에 짧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나도 모르게.
“슬로 러닝하는 모임이 있는데, 일요일 오전 7시. 나올래요?“
일요일 오전 7시라니.. 큰애가 늦어도 9시까지는 독서실에 가고, 7시 반에는 일어나니까.. 7시 반에서 40분까지만 집에 오면 식사를 준비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순간적으로 머리에 주르륵 스쳤고- 제안은 거절하지 않고 일단 받아들여야 새로운 기회가 열린다는 평소 생각과 맞아떨어져 나는 일단 나가보기로 했다.
“자 출석체크부터 하겠습니다.”
이렇게 시작된 러닝모임은 준비운동부터 나에게는 꽤나 낯설고 불편했다. 너무 당연한 일이었다. 결혼 후 20년 가까이 이런 아줌마 아저씨들 사이에 나를 놓아둔 건 처음인 데다(특히 아저씨들), 직장생활을 했더라면 익숙했을 내 또래의 중년‘들‘은 왠지 ‘또 다른 나‘의 모음집 같아 한동안 혼란스러웠다. 빙 둘러 준비운동을 하는 내내. ‘도대체 나는 어디에 있다가 툭 튀어나온 거지‘ 이런 생각이 머릿속을 굴러다녔다.
다행히도 리더분은 노련한 중년답게, 서두르지도 내치지도 너무 궁금해하지도 않고 자연스럽게 무리에 발을 디디게 해 주셨다. 모임을 권했던 아는 엄마도 조용히 내 뒤에서 보조를 맞춰주셨고.
“둘째가 초6, 큰애가 고1이에요~” 두줄로 맞춰 뛰는 자리에 내 옆으로 다가오신 어떤 어머님께 나는 최소한의 자기소개를 하고 있었다. 그렇게 공원 한 바퀴를 느리게 뛰자, 7시 반이 됐다.
네 바퀴는 절대적으로 무리였다. 지난 몇 년간 10분 넘게 달려본 적이 없는 가난한 체력의 소유자였으니. “집에서 울다가, 죽을 것 같아서, 살려고 나왔어요.” 이 말을 남기고 나는 천천히 인사하며 뒤로 빠졌다. “다음 주에 뵙겠습니다.”를 잊지 않고서.
아니나 다를까, 온몸이 욱신거려서, 안 아픈 데가 없었다. 나는, 이런 상태였다. 다만 그렇게 천천히 다시 뛰어 가족이 아닌 나에게 온전히 돌아오고 있었다. ‘나‘란 존재가 ’엄마나 아내’라는 역할에 국한됐던 십수 년의 껍데기를, 벗어나는 기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