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 그리고 인생의 Reset

by 방랑자

“무언가를 시작할 때 나이 앞에 붙은 숫자 만큼 고민을 한다”


영주 부석사 무량수전을 만나러 가기 위해 수많은 장벽을 넘어야만 했다. “가는길에 사고가 나지는 않을까?” , “피곤한데 집에서 잘 쉬는게 더 도움이 될 것 같은데?”, “가지만 앙상한 겨울 이라서 봄 이나 가을에 가는 것이 멋지지 않을까?”, “돌아 오는 길에 차가 많이 막하지는 않을까?” 등 나를 움직이게 하지 못 하는 또 다른 “나” 자신이 4명이나 있는 듯 하다. 4명이나 되는 또다른 “나” 와 싸우며 차량 공유 서비스(쏘*) 에 몸을 싣고 운전을 시작하여 경북 영주에 있는 부석사로 향했다. 무량수전 배흘림 기둥에 기대서서 국보 1호라는 경치를 바라보는 느낌은 어떨까? 라는 생각을 한지가 3년전 이었다.


“새로운 무언가를 받아들이는 것이 솔직히 불편했다”

나는 정말 열려있고 새로운 것을 잘 받아 들일 수 있는 쿨(Cool)? 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아니 어쩌면 그렇게 보이고 싶은 것 이었을 수도.

경부 고속도로를 이용해서 경북 영주로 향할줄 철썩 믿고 있었으나 네비게이션은 중앙 고속도로로 나를 안내 하였다. 그냥 고속도로가 바뀌었을 뿐 인데, 내가 예상했던 “프레임?” 에서 벗어나 새로운 길로 안내 하니 그렇게 불편할 수가 없었다. 솔직히 화가 나고 마치 귀하고 귀한 내 휴가를 시작부터 망치는 것 같았다. 그냥 서운한 마음까지 들었다.

이렇게 불편한 새로운?(기존에도 많이 다녔을), 아니 원래 계획하고 예상했던 경부가 아닌 중앙 고속도로를 타고 경북 영주 부석사에 도착을 했다.

평일 아침이라 그 넓은 공용 주차장 에는 일 하시는 분들 이외에는 아무도 없었다. 분명 “조용하고 고요한 상태에서 내 마음의 소리에 귀 귀울여 보자” 라는 마음으로 출발을 했으나 막상 아무도 없는 주차장이 그렇게 썰렁 할 수가 없었다. 다시 “중앙 고속도로” 를 탓 하며 투덜 거렸다.


“미안하지만, 큰 감흥은 없었다”

인기 버라이어티 1박 2일 에서는 부석사로 올라가는 길이 그렇게 예뻤는데… 영상 편집의 힘 인가? 이런 생각을 하면서 부석사에 도착한 나는 “정말로 참 아름답다” 라고 내 슷스로 최면을 걸 고 있었다. 그리고 드디어 무량수전 앞에 도착한 나는 “어떠한 감흥” 도 없는 내 자신을 발견 했고 스님들의 기도에 방해가 될 까 싶어 그 “무량수전 배흘림 기둥” 에 기대는 것 조차 조심스러워 했다. 무량수전 배흘림 기둥에 기대어 서서 소백산과 태백산의 경치를 바라보았다. 미세먼지 때문 이었는지 그 아름답다는 국보 0호의 경치는 보이지 않았다. “그 경치는 어디에 있는가?”, “저녁 노을이 질 때쯤 와야 하나?” 라는 핑계를 찾아야만 했다. 이렇게 나는 무량수전 배흘림 기둥에 기대 서서 “투덜, 핑계”등을 찾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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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정하는 것! 그래야 다시 시작할 수 있다”

부석사를 뒤로하고 걸어 내려와 자동차에 시동을 걸고 다시 운전을 시작 하면서 수많은 생각이 들었다. “집에서 그냥 책 보면서 쉴껄 괜히 왔나?” 라는 생각부터 “역시 직접 와서 느껴 봐야 해” 라는 생각등이 끊이지 않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화가난 이유” 에 대해 혼자 중얼거리며 답을 찾고 싶었다.

20대, 30대에 무엇이든지 쉽게 시작할 수 있었던 체력과 마음은 이제는 수많은 생각, 현실, 핑계등과 싸운 후에야 시작할 수 있으며 무엇을 “아름답고 좋게, 황홀하게 느껴야만” 제대로 느낀 것 이라는 편견들과 마주하고 있었다.

예전 20대의 나, 30대의 나 그리고 지금, 무량수전에서 아무것도 느끼지 못한 나 역시 동일한 “나” 임을 인정하는 것. 그것은 부끄러운 것 이 아니라 지금의 “나” 일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는 것. 무엇을 시작하기 전, 온갖 핑계를 빌려와 시작하기를 두려워 하거나 망설이는 것 또한 지금의 “나” 임을 그대로 “인정” 하는것, 그동안 다녔던 길, 다녔던 숙소, 항상 다녔던 여행지가 편안하여 새로운 여행지에 대한 무거운 발걸음을 그대로 “인정” 하는것. 이 모든 것이 지금이 “나” 임을… 천년 고찰 부석사 무량수전이 알려준 조용한 울림이 아닐까? 생각을 해본다.


“40, 그리고 Reset”

원피스의 주인공 루피가 말했다. "해적왕은 언제 되는것이 아니라 지금 내가 그렇게 생각하면 해적왕" 이라고. 원하던 원하지 않았던 인생의 큰 Reset 을 하게되어 새로운 삶, 새로운 출발을 하고 있는 지금의 “나” 는 과거의 “나” 그리고 지금의 “나” 가 다름을 인정하는 것이 그렇게 어렵고 힘든 일 인줄 몰랐다. 어떤 의식을 하거나 이벤트를 하거나 해서 변화 시킬 수 있다면 좋으련만, 그렇게 쉽게 변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냥 “인정하고, 받아들이기로” 했다. 과거의 나도 나 이고 지금의 나도 나 이니까. “그냥 설던대로 살지 왜? 40대에 리셋을 하고 그래?” 라고 또다른 “나” 가 가끔씩 묻기도 한다. 그럴땐 그냥 “그러게, 왜 그럴까?” 라고 씨익~ 웃어 보이곤 한다.

어떤 세상의 유혹에도 굴 하지 않는 불혹의 40대, 아마 이러한 ‘나’ 와의 타협이 아닌 “공존” 하는 법을 배우라는 “불혹” 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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