받아들일 수 없지만 인정해야 한발 나아간다.
"멋있는 생일은 무엇일까?"
멋지게 생일? 을 보내보고 싶었다. 나만의 생일. 그동안 이래서래 사람들 에게 둘러싸여 보내왔던 생일. 원하던 원치 않았던 다른 사람들에 의해 나의 생일 하루가 기획되고 이루어 지다 보니 어느순간 "내 생일 만큼은 내가 원하는 대로 조용히 보내고 싶었다"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여기서 핵심은 "내가 원하는 대로" 였다. 내가 원하는 생일은 "아무에게도 구애 받지 않고 나 홀로 조용히 생각하며, 내 속도에 맞게 조용히 하루를 보내는것" 이었다.
"평소와 같은 날? 그래도 움직이자"
평소와 같았다. 흥분이 되지도, 기대가 되는 날 도 아니었다. 그렇게 원하던 "혼자" 가 되었는데, 그렇게 맞이한 처음 혼자만의 생일을 맞이하게 되었는데, 그냥 평범하게 아침에 눈을 뜨고 평범하게 하루를 시작 하였다. 왠지 이렇게 보내면 억울할것 같아서 어김없이 공유 자동차 서비스를 예약하고 차를 몰고 움직였다. "어디로 가지?" 강원도로 가기에는 시간이 이미 늦어(주말 아침 9시는 강원도로 가기에는 이미 늦은 시간 이다) 서해안 "서촌" 으로 가서 '굴밥 정식" 으로 생일상을 나에게 차려주기로 했다. 오랫만에 서해안 고속도로라, 옛 추억에도 잠기로 좋은 하루를 보낼것만 같은 느낌과 함께, 여전히 잘 모르는? 서해쪽을 선택한 것에 대한 불안감이 엄습한다. 이 불안함을 감추기 위해 "새로운 것에 항상 도전하면서 긴장하는 마음을 느껴야지" 라고 스스로 자위해 본다.
"행담도, 그리고 서해안의 냄새"
행담도는 여러가지로 추억이 참 많다. 행담도 휴계소만 오면 옛 추억과 함께 뭔가 모를 설렘을 느낀다고나 할까? 마치 속초에 갈때 "가평 휴계소" 에서 느끼는 마음 이랄까?
행담도 휴계소는 역시나 사람이 많았다. 이번에 느낀 것 이지만 아이들과 함께오는 가족단위 여행객이 많다는 생각이 든다. 반면에 가평 휴계소는 연인들이 참 많은것 같은건 내 기분 탓 일까?
행담도 휴계소 에서 이미 서해 바다의 비릿한 냄새가 느껴지며 마치도 목적지에 다 온것 같은 생각이 든다.
화장실도 다녀오고 사람들도 구경하며 휴계소의 설렘을 한껏 느껴본다.
"주말에 한명은 어려운데..."
드디어 도착한 서산. 난생 처음 서산에 와봤다. 조용한 서해안에 잔잔히 들리는 파도소리가 역시 강원도의 바다와는 참 많이 다르다. 기분 탓 일까? 서해안에 올 때 마다 항상 날씨가 흐리다. 출발전에 찾아본 굴밥 식당에 도착하여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 "주말에 한명은 어려운데." 라는 아주머니의 말씀이 나를 경직 시킨다. 어찌해야 할줄 모르는 내 마음이 그래도 이제는 연륜이 있어서 그런지 아무렇지도 않은 척 "그래요? 알겠습니다" 라고 말씀드리며 쿨~ 하게 식당을 나온다. "인기 많은 집 이라서 그렇지 뭐" 라며 애써 위안을 하고 덜 유명하게 보이는 두번째 집으로 향한다. 역시나 몇명 이냐는 아주머니 말씀에 "한명이요" 라고 대답하니 "주말에 한명은 안되요" 라고 말씀하신다. 오기가 생겨 건너편 구석에 있는 식당으로 씩씩하게 걸어 갔으나 역시 마찬자기로 주말에 한명은 어렵다는 답이 되돌아 온다. 2시간 30분 을 달려온 보람도 없이, 그것도 생일날, 보기좋게 "3번의 거절" 을 당하고 마치 거지처럼 밀쳐나 버렸다. 그러고 바라본 서해 바다는 더욱 더 어둡게 느껴졌다.
"쓰디쓴 호두과자"
컨설팅 이라도 해 주고 싶었다. 1인 사용자를 대하는 방법, 그래서 방문율을 더 높이고 수익을 얻는 방법에 대해 강의하고 알려주며 컨설팅 이라고 해 주고 싶었다. 1인 사용자를 무시하다니, 1인 사용자가 얼마나 많은데, 1인 사용자들만 잘 어필해도 어려운 시기에 본전치기는 할 수 있을 텐데 등등 생각을 하면서 억울한 마음을 애써 마케팅이 부족하다며 식당에 대한 화풀이를 해본다. 차를 몰아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았다. 아니 생각과 마음을 막았다. 억지로 막았다고 해야 맞을것 같다. 그리고 행담도 휴계소에 들러 호두과자를 샀다. 보통 10개 들이를 구입하지만 이번에 20개 들이를 구매하며 화풀이 하듯 먹었다. 생각보다 양이 많았다. 그리고 먹으면 먹을수록 쓰다고 느껴졌다. "왜 그러지? 왜이렇게 쓰지?", "원래 이렇게 쓴건가?" 운전하는 내내 그동안 내가 먹었던 "맛난 호두과자"를 되 찾으려고 애썼지만 여전히 썼다. 호두과자도 나를 무시하는것 같았다.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차를 타고 오면서 알았다. 그동안의 호두 과자는 "누군가와 함께 나누어 먹었기 때문에" 맛이 달았다는 것을. 나눠 먹다보니 몇개밖에 먹을 수가 없었고 그렇다 보니 아쉬워서 더 달게 느껴졌다는 것을. 아주 단순한 이치임에도 잘 모르고 당연하다는 듯이 지나쳤다. 혼자를 그렇게 외쳤지만 아직 "혼자" 로써 생활하는 방법을 모르며 걸음마도 아닌 기어가는 법 부터 새로 배워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은 내 생일이니 나 를 위해 온전히 혼자 보내야지" 라는 생각을 하였지만 솔직히 "연락할 사람이 없었다" 는 것이 팩트 였다.
여행 친구라도 만들어야 하나? 파트너 라도 만들어야 하나? 라는 생각이 순간 스쳤지만 "기어가는 법 부터 다시 배우자" 라는 마음을 다져본다.
정호승 시인의 "수선화" 에게가 생각나서 안치환 님의 노래를 틀어본다.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말자" 이렇게 중얼거리며 집에 도착하니 이미 저녁이 되었다. 휴계소의 커피와 호두과자가 내 하루의 식사, 아니 내 생일상 이었다. 그동안 내 생일날, 생일상을 챙겨주던 친구가 생각났다. 없는 돈에, 없는 시간에 내 생일을 챙겨주던 그 친구의 마음이 얼마나 감사하고 소중했던 건지 이제서야 느겨지게 되니 눈물이 난다. "고마워, 그 진심에, 그걸 왜 이제야 알게 되는 것 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