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내일의 잡지
잡지를 살 때, 평소에 궁금했던 내용이 있거나, 괜찮은 콘텐츠가 있어서 사는 건 어쩌면 이제 너무 ‘올드스쿨'일지도 모르겠다. 이제 잡지는 궁금했던 어떤 ‘굉장'한 정보를 제공하는 미디어가 아니기 때문이다. 과학지나 고도의 전문지가 아닌 이상, 새로운 사실과 단편적인 정보는 인터넷에 더 많다.
그럼에도 잡지가 살아있고, 지속할 수 있는 것은 거의 큐레이팅에 기인한다고 생각한다. 잡지는 잡지의 주제와 관련된 많고 많은 정보 중에서 독자에게 보여줄 양질의 정보를 가려내고 독자가 읽기 쉽게 가공한다. 인터넷은 정보의 바다지만, 바닷물을 다 마시려다간 배탈이 나거나 죽는다. 좋은 재료를 골라내고 먹기 좋게 조리하는 게 요즘 잡지가 하는 일이다. 나와 우리 동료들이 하고 있는 일이기도 하다.
비슷한 온라인 서비스도 많다. 무슨무슨 캐스트, 무슨무슨 포스트 등등 참 많다. 섹션 별로 구획도 잘 되어있고 PC, 모바일 가리지 않고 디스플레이에 맞춰 보기 좋게 레이아웃도 짜여있다. 접근성도 좋은데 심지어 무료다. 그런 서비스와 경쟁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미학적으로 아름다운 페이지 레이아웃, 종이의 질감, 손으로 만져지는 물성, 패션 아이템으로서의 과시성 등등 많은 상대적 장점을 이야기하지만 글쎄 아직 잘 모르겠다.
그럼에도 잡지가 살아있고, 지속할 수 있는 것은 거의 기적에 가까운 일일지도 모르겠다. 살기 위해 어떤 이들은 이제 잡지 혹은 책 너머로 눈을 돌린다. 책이 아닌 책을 읽는 습관을 팔기 위해, 종이를 넘어 기사로 말미암아 독자의 생활에 영향을 주기 위해 잡지 너머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종이에 한정된 콘텐츠가 아닌 삶으로 확장된 콘텐츠와 적극적이거나 혹은 소극적인 인터랙션을 만들어 내기 위해 노력한다.
아이엑스디자인도 그렇다. 어쩌면 인터넷으로 쉽게 찾을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적어도 우리 책에서 본 내용을 검색해서 다시 볼 수는 있어도, 다른 곳에서 본 것을 우리 책에서 다시 보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독자가 찾기 전에 혹은 찾아볼 마음이 생기기도 전에 독자에게 보여주고 싶다. 이건 속도의 경쟁이 아니다. 속도로 인터넷을 이길 수는 없다. 이건 거의 심미안 혹은 혜안의 문제일지도 모른다. 독자가 평소에 좋아하던 걸 보여줄 수는 없다. 대신 독자가 이제, 앞으로, 언젠가 좋아하게 될 것들을 보여주고 싶고 그러려고 노력한다.
아직 확신은 없다. 어쩌면 앞으로도 없을 것 같다. 다만, 가능성은 있다고 믿는다. 이번 아이엑스디자인 6월호도 그 가능성을 담아 만들었다. 가능성을 알아볼 수 있는 이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더 많은 이들에게 가능성을 알릴 수 있는 내가 됐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