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며드는 사회를 향한 유쾌한 Arts Talking Back과 함께하면서 거의 모든 순간 흔들림 속에 있었다.
어떤 날은 '대상'이라는 말 자체에 대한 의문과 조심스러움에,
어떤 날은 혐오라는 단어를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것에,
또 어떤 날은 터부 되는 혐오라는 이 감정 자체에,
또 어떤 날은 주제의 무거움에 흔들렸고 마음은 무거웠다.
그럼에도,
그 와중에도 혐오를 마주하는 마음과 생각은 깊어져 갔다.
또 한편으로는 그 시간 동안 내내 마음속에 어떤 답답함과 저항감이 있었다.
틀렸다고 생각하지 않는데,
분명 우리 안에 있는데,
왜 우리는 우리가 말하고자 하는 혐오를 함께 하는 이들 에게, 전면에 드러내면 안 되는 거지?!
여러 학교 밖 청소년 관련 교사, 학교 밖 청소년이라 불리는 친구 그리고 혐오를 주제로 작업을 하는 작가도 만났다. 만남이 있을 때마다 조금씩은 달랐지만 결국은 하나인 주제 “혐오”와 “함께할 친구들”에 관해 여러 날, 여러 시간 동안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리고 이야기와 이야기 사이에서 생각을 건져 올렸다.
학교 안이냐 밖이냐 그 위치만 다를 뿐 아이들은 같다.
-염병훈-
사람마다 다르겠죠. 사람을 만나는 일이니까 사람을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요?
-학교 밖 청소년 19세 신서연-
우리는 모두 자기 서사가 있는 개별자이다.
대상이라 그룹화했던 그 친구들을 바라보는 시각과 그들의 역할에 관한 고민이 시작되었고, 그들을 바라보는 시각이 바뀌었다. 씨앗티즌에게 그들은 “애들아, 일상에서 우리는 알게 모르게 서로 혐오하고 있어. 그러면 안돼. 그러니 혐오하지 말자.”라는 권고의 대상이 아니라, ‘분명 우리 주변 그리고 내 안에 존재하는 갈등과 그것이 극화된 혐오를 전면에 드러내고 논쟁’하면서 프로젝트를 함께 완성해나갈 개별의 동반자이다.
혐며드는 사회를 향한 씨앗티즌의 프로젝트를 함께하는 청소년 중 누군가는 스스로 자기의 역할을 선택하고 실행하는 경험과 에너지가 이미 충분한 청소년도 있을 것이고, 그렇지 않은 청소년도 있을 것이다. 그런 개인별 에너지 정도를 고려하지 않고, 무턱대고 우리 씨앗 티즌의 프로젝트 메이트가 되어 함께하자 하는 것은 누 군가에게는 폭력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씨앗 티즌은 청소년들과 프로젝트 메이트가 되기에 앞서 각자의 에너지 정도를 가늠하는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개인이 가진 에너지 정도에 따라 청소년 프로젝트 메이트 주도형 프로젝트를 바로 진행하거나, 자기 이야기를 하고 자기를 드러낼 수 있는 자기 에너지를 기르는 워밍 업의 시간을 가진 후 프로젝트로 진입하는 것으로 계획하였다.
프로젝트 메이트 중 자기 에너지가 있는 청소년과는 ‘혐오’라는 주제를 전면에 배치하여 그들 스스로 논의와 프로젝트를 주도하도록 한다. 그리고 사회를 향한 메시지를 전할 소통창구(플랫폼) 또한 스스로 찾아간다. 반면 프로젝트 메이트 중 자기 에너지가 부족한 청소년과는 본 프로젝트에 앞서 웜 업의 시간을 갖는다. 이 시간에 그들은 자신의 소리를 내고, 자신의 몸을 움직이고, 자신과 시선 마주하는 등 감각을 열어 자기 존재를 깨닫는다. 그리고 마음과 입을 틔운다. 이후 혐오가 스며들어 있는 사회와 관련해 자기 또는 주변의 경험을 나누고, 대항의 필요와 대항의 경험을 나누면서 사회를 향한 발화자가 되어 프로젝트를 주도적으로 진행하며 사회를 참여를 시도한다.
프로젝트 메이트의 상황에 따라 구성을 달리하지만, 프로젝트의 전 과정은 청소년 프로젝트 메이트와 예술 가의 서로를 향한 지지와 연대를 바탕으로 하며, 서로를 향한 지지와 연대를 지향하는 씨앗티즌의 교육모델은 예술가와 청소년이 연대해서 사회를 변화시키는 사회참여형 문화예술교육이다.
씨앗티즌이 서로를 향한 ‘지지’와 ‘연대’에 주목한 것은, 혐오와 관련한 개인적 성찰과 <외로움이 민주주의를 위협한다>라는 김만권의 칼럼에서 시작되었다.
씨앗티즌 구성원은 개인적 경험(나를 향한 혐오, 나를 위한 혐오, 자기를 향한 혐오, 무심코 그리고 무지에 서 온 혐오, 사회에서 개인으로서 마주한 혐오)을 나누며 자기를 마주했고, 그 시간을 통해 개인에 대한 지지와 사회적 연대의 필요를 느꼈다. 씨앗티즌은 자기 성찰을 통해서 그리고 칼럼의 문제의식에 공감하며, 혐며 드는 사회를 향한 유쾌한 Arts Talking Back으로 점점 더 서로에게 손 내밀 곳 없는 우리와 서로에게 손 내밀어 주고자, 예술을 매개로 예술가와 청소년이 서로를 향한 지지와 연대를 함께 실험하고 실천하고자 한다. 그리고 씨앗티즌은 우리의 지지와 연대가 혐오가 스며든 사회를 존중하는 사회로 이끄는 하나의 실마리가 될 것으로 기대하며, 예술가와 청소년의 연대를 바탕으로 사회를 변화시키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