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괜히 소파에 앉아 TV를 틀었다. 딱히 재밌지도않은데 이리저리 채널을 돌렸다. ‘닥터차정숙' 못 봤는데 그거나 볼까? 아니야 도서관에 반납해야 할 책도 두권이나 남았잖아' 꾸역꾸역 책을 펴고 두 줄 정도 읽어 내려갈 즈음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들렸다.
'맞다 밥을 안 먹었구나'
하는 일도 없으면서 왜 매번 끼니를 거르고 이거 했다 저거 했다 마음이 분주한 걸까.
일단 시끄러운 머릿속의 볼륨은 줄이고 <전람회>의 J'bar에서를 들었다. 성인이 되고 나서 처음 마셔본 과일 소주맛이 떠올랐다. 달달하게 쭉쭉 들어가던 달콤함과 그날 우리들이 나눈 대화 속에서 갓 성인이 된 우리들의 미래는 그렇게 달콤하기만을 바랐다.
그때의 고민이라고는 이따 노래방에 가서 어떤 노래를부를지. 그것뿐이었는데, 그때의 우리들은 이제 전국각지로 흩어졌다. 누군가와는 관계가 소원해지고 누군가와는 더 가까워졌다.
오랜만에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보려던 찰나였다. 아이의 학원선생님께 전화가 왔다. 아직 학원에 도착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아니 오늘은 평소보다 훨씬 더 일찍 출발했는데? 순간 나는 사색이 되어 아이를 찾아 나섰다.
10분쯤 지났을까. 선생님께 지금 막 도착했다는 연락이 왔다. 아이는 학원에 일찍 도착한 것 같아 근처에서잠깐 시간을 때우다가 늦었다고 했다. 10분 사이, 나는온갖 무서운 생각들이 스치며 지옥을 경험했다.
나는 생각했다. 그 명치끝에 돌아다니는 돌멩이가 뭐라고. 별거 아니다. 전부 다 별거 아니라고.
아이가 학원 끝나고 집으로 돌아와 손을 씻고, 남편도 퇴근하고 돌아와 손을 씻고. 대화가 좀 단촐하고 주제가 안드로메다로 떠나가도 다 괜찮다.
셋이 둘러앉아 소소한 저녁식사를 하는 것.
동시에 밥숟가락을 들을 수 있는 날들이면 모든 괜찮다. 전부 별거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