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이라고 하죠

거부할 수가 없죠

by 제주의돌담


인연’이란 게 정말 있다면 그것은 참 짓궂다. 아주 싫어하는 대상을 자꾸만 마주치게 하는 것도 인연일 것이고, 내가 절실하게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을 내 경로에서 이탈시켜 버리는 것도 인연이지 않은가. 그래서 되는 데까지 노력해 보고도 맺어지지 않는 관계에 대해 우린 흔히 ‘인연이 아닌가 보다’,라는 논평을 내린다.


그런데 요즘엔 인연이 정말 존재한다면 그것이 있어 참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는 일이 잦아졌다. 소중한 사람과의 대화에서 그가 내뱉는 말이, 내가 생각지도 않은, 그러나 오래도록 필요로 했음을 깨닫게 해주는 말의 모양새를 하고 있을 때, 난 인연이 있다고 믿는다. 돌아보면 하나하나가 우연이었지만, 우연으로 점철된 인생에서 인연을 만난 기분이 들자 사소한 우연들이 극도로 소중한 무언가로 여겨졌다. ‘그때 그러지 않았다면’이라는 가정을 떠올리자 내게 찾아온 우연들이 너무도 다행이라 느껴지는데, 이게 인연이 아니고서는 달리 설명할 방도가 없는 것 같다.


우리의 만남이 우연이든 필연이든, 운명이든 인연이든 간에 관계를 설명하는 일은 사후事後 평가에 해당하므로 한 사람의 인생에 얽힌 역사적 사건에 대해, ‘우연’이라는 주석을 붙임으로써 과거를 회상하며 아찔해질 것인지, ‘필연’이라는 타이틀을 부여함으로써 퍼즐 맞추듯 놀라워하는 표정을 지을 것인지는 우리의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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