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화 나는 글 쓰는 사람입니다

습관은 나의 정체성이 되었다

by 문이

남편은 내가 매일 글을 쓰는 것을 보고 대단하다며 툭하면 '고 작가님!' 하며 나를 부르곤 했다. 예전의 나는 이 말에 어깨가 으쓱하면서도 어딘가 모르게 낯설고 쑥스러웠다. 막연하게 작가라는 직업을 동경했다. 작가라는 사람은 뭔가 지적이고 멋있어 보였다.

한 번은 어느 블로그 이웃의 댓글에 '나도 작가가 되고 싶네요'라는 댓글을 쓴 적이 있다. 그랬더니 그분이 "이미 당신은 작가입니다. 작가가 뭐 따로 있나요? 진실된 글을 매일 쓰면 그게 작가지." 이렇게 답을 주셨다. 생각해 보니 그랬다. 농부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매일 농사일을 하면 농부인 것이다. 화가도 마찬가지로 그림을 그리는데 자기 시간을 많이 할애하면 화가인 것이다. 중요한 것은 검증된 자격증을 지니는 것이 아니라 내가 그 일을 자주 습관적으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책 한 권 출간하고 글을 쓰지 않는다면 작가라 할 수 있을까? 그때는 그 사실을 몰랐다.

그리고 또 다른 이웃은 아직 정식 출간 이력이 없지만 자신을 작가라고 부르기로 했단다. 그래서 닉네임에도 '작가'를 붙이고 카페에서 본인 이름이 호명될 때도 그 이름으로 부른단다. 미래에 자신이 원하는 삶을 현재에 살고 있는 것이었다. 난 이런 자신감이 부러웠다.


니체는 이런 말을 했다.

"그러니 당신이 되고 싶은 모습이 있다면, 먼저 그 모습을 연기해 보라. 처음에는 조금 어색해도, 그 노력이 결국 당신을 원하는 모습으로 바꿀 것이다.

우리는 스스로를 연기하면서, 점점 더 ‘진짜 나’에 가까워진다. 마치 무대 위 배우가 한 걸음씩 자연스럽게 대사를 하게 되듯, 삶도 그렇게 연습하면서 완성되어 간다." <위버맨쉬> 니체 글, 어나니머스 옮김


꾸준히 글을 쓰며 그들의 마인드에 조금씩 물들어 갔다. 나도 미래의 나로 살기로 했다. 언젠가부터 나도 작가라 불리는 것이 어색하지 않았다. 처음엔 ‘글을 쓰고 싶은 사람’이었지만, 쓰는 습관이 ‘글을 쓰는 사람’으로 바꿔놓았다. 남들이 인정해주지 않아도 나 자신이 나를 어떻게 바라보느냐가 중요하다. 내가 생각하는 나를 향해서 나아갈 테니.


어느 날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이제 글을 쓰고 싶은 사람이 아니라, 글을 쓰는 사람이구나.”

거창한 글이 아니라도 괜찮았다. 한 줄짜리 기록, 감정의 흐름, 고요한 다짐이라도 진심을 담아 썼기에, 그것은 모두 내 삶의 일부가 되었다. 매일 조금씩 나를 표현하다 보니, 나는 점점 더 ‘나답게’ 살아가는 법을 배우고 있었다.


꾸준히 글을 쓰는 일은 마치 거울 앞에 매일 서는 것과 같다. 그날의 얼굴을 바라보고, 기분을 들여다보고, 무엇이 나를 설레게 했는지 기억한다. 글은 내 마음을 정리해 주고, 삶의 무늬를 만들어준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나는 그 글을 쓰는 나 자신을 좋아하게 되었다. 글을 쓰는 나는 약했지만 단단했고, 흔들렸지만 분명했다. 누구에게 보이기 위한 글이 아니라, 나를 이해하기 위한 글을 쓰면서 나는 나를 지켜냈다.

그렇게 글쓰기가 나의 정체성이 되었다.



“자기 호흡과 리듬으로 쓰면 그 장단에 흥이 난 독자가 모일 테니 쓰고 싶은 글을 마음껏 써보면 어떨까요?”
<글쓰기 상담소> 은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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