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속에 비친 세상

에세이

by 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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냇가에 앉아 조용히 내 얼굴을 물에 비춰보았다.


내가 있었다. 아니 내가 아닌 한 사람이 있었다.


그 안에 하늘과 나무와 새와 풀들이 들어가 앉아 함께 일렁인다.


모든 것이 흐르고,


흔들리고,


잠시도 멈출 줄 모르는 물속 세상에선


사물의 형태가 달라져 있었다.


나무들은 거꾸로 처박혀 있었고,


새는 깃털이 바람에 흩날리는 듯했다.


반사 각도 안에 들어오지 못하거나 흐릿한 것들은


아예 존재를 없애버렸다.




한참을 바라보다 문득 생각했다.


세상도, 사람도, 그리고 나 자신도


어디에서 보느냐에 따라 쉽게 달라질 수 있다는걸.


마치 홀로그램 그림 같다.


모든 것은 왜곡되어 있다.


세상도 사물도 사람도


나의 시선의 각도에 따라,


내 생각의 관점에 따라,


내 마음의 온도에 따라


시시각각 변한다.




그렇다면 본질은 무엇일까?


진실이라는 것이 있기나 할까?


어쩌면 진실이란 단 하나의 고정된 실체가 아니라,


각자의 상황에 따라 유동적인 무엇일지도 모른다.





삶은 가끔 산문 같고, 때론 허구 같다.


겉으로는 멀쩡해 보여도 커튼 뒤의 삶은 복잡하다.


그늘이 있고, 분쟁이 있고, 지워지지 않는 상처들이 있다.


그것을 외면하지 않고 받아들인다.




하지만 모든 것은 흐르고 변할 것을 알기에,


나의 생각에 따라 마음의 온도도 달라진다는 것을 알기에


거기에만 머물지는 않으련다.




검은색 도화지 위에


무지개색 물감을 칠할 수 있지 않을까?


피난민 마을의 까맣게 그을린 벽에도


알록달록 색을 입힌 벽화로 꿈을 그리듯




낭만이 서린 서정시로


분홍색, 초록색, 파란색으로...


커튼 앞 화려한 무대를 꾸미고


희극배우가 되어보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러다 보면 언젠가 커튼을 걷어도


만족하는 무대가 되어갈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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