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을 보며 드는 생각
꽃을 보고 있노라면 그 아이가 너무 사랑스러워서 그림으로 남겨두고 싶어진다. 고등학교 이후로 그림을 그리지는 않았지만 언젠가 그림을 배우고 싶다는 생각을 가끔 한다.
꽃을 그리는 화가의 마음을 조금은 알 것 같기도 하다. 들판이나 식물원이나 꽃집이나 어디서든 각각의 개성으로 유혹하는 그들을 마주할 때 아름답고, 귀엽고, 순수함에 대한 감동이 깊은 속에서부터 올라올 때면 화가는 그 느낌을 그림으로 승화시킬 것이다.
언젠가 SNS에 올라온 글에서 조지아 오키프라는 화가에 대한 글을 읽고 그녀에 대해 알게 되었다. 그녀는 꽃을 해부하듯이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꽃을 돋보기나 현미경을 대고 확대한 것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속까지 관찰한 것처럼, 상상력으로 가득 찬 그녀의 작품들이 독특해서 흥미로웠다. 내 눈에 비친 그녀는 마치 꽃의 본질에 다가가고자, 아니 마치 자신이 꽃이 되고자 하는 사람처럼 느껴졌다. 그녀의 시선에는 경외심과 동시에 일상의 고요한 격정이 담겨 있었다.
몇 달 전에 두 친구와 함께 미셸 앙리와 이사벨 드 가네의 전시회에 간 적이 있다. 우리는 길고 추운 겨울에 화사하고 생기 있는 것에 대한 갈망으로 일부러 꽃 그림을 찾아갔었다. 미셸 앙리의 양귀비는 상상 속 유리 화병에 담겨서 붉은 불꽃을 내뿜고 있었다. 이사벨 드 가네의 정원의 꽃들과 파도치는 언덕의 풀꽃들은 빛으로 반짝이며 나를 그곳에 데려다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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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하는 산책길 옆에 한 노인이 아픈 아내를 위해 작은 화단을 만들어 놓았다. 돌로 울타리를 만들고 아기자기한 꽃들을 심어 놓으니 지나는 사람마다 눈길을 준다. 앞으로 풍성해질 화단을 상상하는 재미도 있다.
화단 가장자리에 줄지어 심어 놓은 잎사귀들이 보였다. 저것도 꽃나무 인가 생각하는 순간 너무 작아서 보이지도 않을 것 같은 보라색 점이 나의 눈에 띄었다. 이렇게 작은 아이도 사진으로 찍어 확대해 보니 예쁜 꽃이다. 왕개미만큼 작은 것이 존재가 희미하지만 아주 작은 것이 매력이다.
주변에는 꽃과 닮은 사람들이 있다. 말없이 피어나고 있거나 있는 자리에서 환하게 웃는 사람들, 묵묵히 햇을 향해 자라는 마음들, 다양한 개성을 지닌 존재들이 세상을 환하게 밝혀 주고 있다.
이 작은 지구별에 또 하나의 더 작은 별로 태어난 생명들이 한철 꽃을 피우기 위해 온 계절을 애쓴다. 뿌리를 내리고, 기다리고, 바람을 견디며 줄기를 뻗고 잎을 낸다. 세상의 모든 존재는 자신으로 살기 위해 쉼 없이 움직인다. 당신도 그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