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나는 산책길에서 많은 생각을 한다. 숲길을 혼자 걷다 보면 자연의 사소한 움직임 하나하나가 말을 걸어오는 듯하다.
그 속에서 얻은 정보와 생각들을 산나물인 양 뜯어다가 마음에 불을 지핀 후, 데치고 볶아서 노트북 화면에 차려낸다.
새벽 비가 갠 후, 냇가를 지난다. 나무에서 떨어지는 물방울들이 고요한 물 위에 동심원을 그린다. 모든 것이 촉촉하고 살짝 무거운 공기.
오늘은 숲속 시냇가에 왜가리가 오지 않았다. 매일 보다시피한 그 애가 안 오니 어딘가 모르게 허전하다. 존재란 이런 것이구나. 곁에 있을 땐 좋은 줄 모르다가 없어지면 알게 되는 것. 만약 이 숲에 물고기도 없고, 새소리도 안 들리면 죽은 숲 같겠지.
신사임당이 꽃과 식물 그림을 그릴 때 꽃 옆에 나비, 무당벌레, 잠자리를 그리는 이유를 알겠다. 우리 조상들이 참새, 까치, 개, 고양이, 닭, 토끼, 잉어, 거북, 학 등을 그리는 이유도 마찬가지로 그들의 시선에 자연 속 생명력이 포착되었기 때문이겠지.
문득 백제의 금동 대향로가 떠오른다. 그 향로에는 모두 84마리의 동물이 들어있다. 뚜껑에 56마리, 몸통에 26마리. 온갖 동물과 신비한 생명체들이 조각되어 있다. 봉황, 용 같은 상상 속 동물이나 신선까지 수많은 자연과 생물을 조각해 놓았다. 지구 생명체에 대한 예술가의 애정이 과하게 묻어난다.
그 이유를 이 숲을 다녀 보니 알겠다. 모든 존재가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이 그 자체로 독특하고 아름다운 모습들을 갖추었다. 비교하며 쪼그라드는 것은 우리 인간뿐인 듯하다.
이 숲을 걸으며, 나는 깨닫는다. 다양한 것이 아름다운 것이라는 진리를. 나의 생각도 그렇게 되길 바란다. 편협하거나 닫히지 않도록, 이 좁은 시야를 넘어 별과 은하, 우주의 깊은 곳까지 닿을 수 있도록. 다양성과 생명의 아름다움을 온몸으로 받아들이고 싶다.
오늘 하루도 풍부하게 소유하는 것이 아니고,
풍성하게 존재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