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무슨 일 있는 거니?

by 문이


한참 전에 누군가 이 숲길을 따라 봉숭아를 심어 놓았다. 나는 이 길을 오갈 때마다 얘네들이 애기일때부터 자라는 걸 지켜봤다. 조금씩 자라는 걸 보고 언제쯤 꽃을 피울까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렸다.

이 아이들은 한여름 나무 그늘을 뚫고 들어오는 햇빛을 받고 비와 바람의 도움을 받아 잘 자랐다. 이 황톳길을 걷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혼자 걷는 이의 따사로운 눈빛을 받으며, 매미와 새들의 노래를 따라 부르며 무럭무럭 자라나 어느새 하나 둘 꽃망울을 맺고 꽃을 피워냈다. 흰색, 주홍색, 진분홍, 연분홍 저마다의 색깔로 빛났다.


그런데 이상한 아이가 하나 있다. 모델처럼 키가 크고 나무같이 단단한 줄기를 지닌, 건강해 보이는 청년 봉숭아. 그 친구는 몇 날을 지켜보아도 꽃을 피울 생각조차 안 한다. 그 옆에 꼬맹이도 흰 꽃 하나를 피워냈는데 이 친구는 왜 그럴까? 한바탕 비가 오고 나서 갔더니 이 친구는 유독 몸이 놀랄 정도로 키가 훌쩍 커 있었다. 가지마다 싱싱한 푸른 잎을 자랑하면서 말이다.


몸은 작지만 화려한 꽃으로 빛나는 친구들, 벌써 꽃을 보내고 옹골진 열매를 주렁주렁 매단 친구들이 있다.

이들 사이에서 혼자 젊음을 자랑하며 몸을 키우는 이 청춘한테 자꾸만 눈이 간다. 자연에 반항이라도 하는 걸까? 흙 속 영양분이 안 좋은 탓일까? 주변이 너무 시끄러웠을까?

그의 안부가 늘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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