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남편이 일이 늦어져서 늦게 퇴근하는 바람에 저녁을 10시가 넘어서 먹었다.
메뉴는 비빔국수와 계란탕.
비빔국수는 신 김치 쫑쫑 썰어 넣고, 오이 채 썰어 양념에 휘뚜루마뚜루.
마지막에 싱거워서 간장 첨가하여 한 번 더 조물락.
계란탕은 다시마, 황태, 붉은 고추 넣고 새우젓으로 간 맞추고, 계란물 졸졸.
맛이 약해서 참치 액젓 추가.
그래도 2% 부족해서 쇠고기 다시다 솔솔.
밥상을 받아 든 남편은 계란탕이 끝내준다며 한 그릇 더 달란다.
역시 조미료를 사랑하는 남자.
내 음식 솜씨가 좋은 줄 알겠지?
(양심이 찔려서 조미료는 조금씩만 넣었어용)
계란탕이 맛있다는 말에 덩달아 맛있게 먹었다.
말의 힘이라니.
밤이 지나고 아침에 일어났는데 몸이 찌푸둥하고 기분도 별로였다.
아침 확언이 필요한 시간!
밍기적거리다가 서둘러 자연의 품으로 들어갔다.
'에이, 왜가리가 안 왔네.'
노란 수련은 햇빛 맞을 준비를 하고
풀들은 새벽비에 젖어 싱싱하게 살아났다.
샌들을 벗어들고 황톳길을 걸었다.
봉숭아가 꽃과 열매를 풍성하게도 매달았다.
맥문동 꽃과 호수는 언제 보아도 한 폭의 그림이다.
낙우송은 버드나무처럼 가지를 수면 위까지 드리워 잉어와 작은 물고기들을 관찰한다.
비를 머금은 호흡근들은 축축한 숨을 내뱉는다.
한발 한발 내디디며
지구의 에너지가 발바닥을 타고 가슴을 지나
머리까지 올라오는 것을 상상한다.
돌 위에 앉아 두 발을 냇물에 담그고 흙을 씻어내는데
옆으로 작은 아이들이 다가온다.
작은 것은 역시 귀엽다.
쉬리? 버들치? 송사리?
이름 모를 귀여운 것들이 발 옆에서 노닌다.
미소가 절로 나온다.
자연 속 품에서 노닐다 보니 기분도 좋아지고 몸도 가벼워진다.
존재로 빛나는 것들 속에 있으면 나도 덩달아 하나의 존재가 된다.
아침 긍정 확언을 몸 자체로 수행한다.
숲속을 들어갈 때와 나올 때의 나는 늘 그렇게 달라져서 나온다.
아침밥을 한 그릇 먹고 나온 듯 든든하다.
아까 보았던 수련들이 몸을 펼치는 중이다.
'오, 왜가리 녀석이다.'
며칠 만에 보니 반갑군.
그새 뭘 잡아먹었는지 턱을 우물거린다.
아침을 부지런히 시작하는 생명들을 따라 나도 오늘 하루를 깨어보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