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장게장을 먹으러
아버지를 모시고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동생, 언니와 함께 간장게장 집에 갔다. 아버지는 고령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혼자 지내신다. 그래서 주말이면 근처에 사는 우리 세 자매가 모여 아버지를 모시고 함께 식사를 하려고 한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가게 쪽으로 걸어가는데 쨍그랑하고 무엇인가가 깨지는 소리가 났다. 코너를 돌자 식당 주인 여자가 깨진 도자기 파편을 빗자루로 쓸고 있다. 11시 오픈 시간이 막 지난 때라 홀은 텅 비어 있었고 우리가 첫 손님이었다.
우리는 간장게장을 주문하고 셀프로 하는 계란프라이를 만들고, 미역국을 인원수만큼 떠나 날랐다. 그러는 사이 주인여자를 흘깃 보니 안색이 굳어있다. '장사 시작부터 그릇을 깬 것이 마음에 걸리는 건가?' 속으로 생각했다.
아버지는 입맛이 없다고 잘 못 드시는 편인데 그나마 이 집 게장은 좀 드시는 편이라 전에도 몇 번 왔었다. 언니가 가위로 조각낸 게장을 아버지는 손으로 붙들고 앞 이빨을 사용해 알뜰히도 발라 드신다. 짭조름한 간장을 숟가락으로 떠먹고, 게딱지에 흰 밥을 넣어 비벼 먹고. 우리도 그렇게 배불리 먹었다.
그리고 계산을 하는데 주인 얼굴에 여전히 웃음기가 없어서 내가 한마디 했다.
"맛있게 잘 먹었어요. 아버지가 간장게장 좋아하셔서 여기 몇 번이나 왔어요."
언니도 한마디 거든다.
"저는 지난주에도 왔는데 얼굴 알아보겠죠?"
구겨졌던 여자 얼굴이 조금씩 펴진다.
"아침부터 그릇 깨면 그날 장사가 잘 된대요"
나는 순간 근거 없는 말을 내뱉었다. 그 말에 여자의 얼굴이 햇살처럼 펴지고, 감사하다면서 밝게 웃는다. 그 미소에 우리는 더 많은 행복을 받고 돌아섰다.
주는 것에서 더 많은 것을 얻는다는 것을 확인한 순간이다. 나의 작은 행복들은 내 작은 마음과 말에서 시작되는 것임을 알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