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자매의 카페 여행
이 도시의 멤버 세 자매가 또 뭉쳤습니다. 지난 설에는 셋이서 전을 그렇게 부쳐대고 그 후로 아버지 모시고 간간이 점심 먹으러 다니고 오늘은 또 어디를 가려는 걸까요?
"아버지, 내일 언니랑 00랑 송도 가려고 해요."
전날 아버지께 전화를 드렸더니 아버지가 이렇게 말씀하시네요.
"그려? 그럼 나도 가야제."
아버지는 늘 혼자 집에 계시니 답답하던 차에 딸의 이런 전화가 반가우셨는지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시네요.
동생은 늘 하던 대로 차를 몰고 우리 집 앞에 와서 나를 픽하고, 아버지를 태우고 언니 집 문 앞까지 가서 언니를 태웁니다.
"오늘은 내가 쏠게. 동생이 맨날 집 앞까지 데리러 와주고 해서 고마워서."
"아니야, 여기 비싸. 같이 내."
"괜찮아, 어쩌다 한번 쏘는 건데, 이래야 담에 또 태워주지. 그치?"
들어서는 순간 규모에 놀라게 됩니다. 3층까지 확 트여 있고 잘 가꾸어진 열대 식물들이 쾌청함을 가져다주네요.
먹음직스러운 빵들이 다양해서 고르기가 힘들어요. 아버지가 크림 듬뿍 들어있는 부드러운 빵을 픽하고 하나는 블루베리 케이크를 세 자매가 픽했어요.
아버지와 동생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마지막 케이크 한 조각을 서로 비우라고 재촉해요. 결국 언니가 먹어요.
"야, 여기 있는 허브가 진짜 향이 좋다. 케이크랑 씹었는데 맛있네."
"그래?" 하면서 저는 접시 가장자리에 보이는 허브 줄기를 손으로 덥석 집어 입에 넣고 씹었어요.
"와, 진짜네! 향이 좋다!" 감탄을 하는데,
"야, 그거 내가 입에 넣었던 거야!" 언니가 놀래서 말해요.
"뭐? 퉤퉤퉤!" 당황해서 나도 모르게 옆에 있던 물티슈로 혀를 문질렀어요." 아, 이건 더 안 좋은 거잖아!" 하면서 침을 뱉고 진정을 합니다. "뭐야 이건 키스의 맛이었네. 웩웩웩!"
언니는 나의 말과 허둥대는 모습에 배꼽을 잡고 웃어요. 이 상황이 너무 코믹해서 우리는 말도 못 하고 한참을 깔깔대고 웃었어요.
아버지는 음식들이 너무 짜다고 하시네요, 리조또의 쌀은 너무 안 익었고요. 올려진 소고기는 다 맛있대요. 이 가격에 양이 좀 그렇다느니 이건 미국식으로 해서 짜다느니 그래도 맛있다고 하면서 먹었어요. 그런데 남은 밥알들이 씹기가 불편해요.
"이건 좀 심하다. 가격도 비싼데 가서 말 좀 해야겠다." 하면서 저는 1층 요리부로 음식이 남은 접시를 들고 갔어요. 직원이 좀 더 익혀 준다고 해서 기다리는데 언니가 와요.
"하도 안 와서 싸우는지 하고 와 봤어."
"하하, 우리가 선택을 잘 못 했나 봐. 저 피자랑 다른 음식들은 양이 많잖아,"
재 조리된 밥알은 훨씬 부드럽고 좋았는데 수분이 쫄아서 더 짜네요.
오후 수업 때문에 가는 시간이 신경이 쓰여요. 우리는 좀 구경을 하다가 시간에 맞줘 나가기로 했어요. 그런데 아버지는 그 말을 들은 건지 못 들은 건지 먼저 가시네요. 1층에 가서 구경하다 앉아 계시리라 생각해요.
꽃과 나비들이 움직여서 동화 속에 온 것처럼 환상적입니다.
드라마에 나오는 실장님 포스라고 하면서 세 자매가 사진 찍기에 정신이 없어요. 구경을 다 마치고 3층으로 가보자는데 아버지가 휴대폰을 집에 두고 왔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아버지부터 찾아야 할 거 같아서 1층을 갔어요. 다 둘러봐도 안 보여서 2증 3층을 다시 가 봤는데도 안 보이네요. 셋이 1층에서 만나서 찾기로 하고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주차장 차 있는데 가 계실지도 모른 다는 생각에 지하 1층을 눌렀어요. 입구 쪽에 세워둔 거 같았는데 차도 안 보이고 우리가 들어왔을 때 보다 텅 비어있네요. 그리고 조금 있으니 아버지가 바깥쪽을 향해 걸어가시는 거예요. 그런데 제가 아무리 소리를 질러도 못 들으시고 앞으로만 향해요, 가까이 가서 뒤에서 부르는데 "어디냐? 어딨냐?" 하면서 뒤를 안 돌아보고 앞으로만 가시네요.
"아버지, 한참 찾았잖아요, 어디 계셨어요?"
"1층에서 기다리는데 안 와서 화장실 갔다가 위에도 올라가 보고 우리 차 세워 둔 3층도 가보고 했는데 안 보이더라. 그래서 다시 올라가고 있었제."
우리가 차를 세워 둔 곳은 3층이었는데 나의 착각으로 1층을 간 것입니다. 그런데 그 착각 때문에 거기서 간발의 차로 아버지를 만나게 된 거죠.
"아버지 오랜만에 운동 좀 제대로 하셨네요!"
집으로 돌아오는 길, 실수가 꼭 나쁜 것만은 아니었구나 생각하며 여유있게 도착했습니다.
짧았지만 강렬했던 송도 카페 맛집 여행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