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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사람의 전화

에피소드

by 문이


미주는 오늘 경아 언니랑 하진이와 만나서 강원도를 가기로 했다. 셋은 예전에 미주가 살던 아파트에서 친하게 지냈던 이웃들이다. 각자 이사를 해서 같은 도시 다른 곳에 살지만 마음이 잘 통해서 여전히 가끔 연락을 하며 지낸다.


오랜만에 셋이 강원도를 여행하기로 한 날이다. 미주는 아침 일찍 화장을 하고 옷장을 열어 옷을 고르고, 나갈 채비를 하느라 분주하다.

갑자기 핸드폰이 울려서 봤더니 모르는 번호이다.

"거기 정연이 엄마..." 모르는 남자의 목소리다. 발음이 정확하지 않고 끝이 흐리다.

"예, 그런데 누구시죠?" 미주는 남자의 목소리가 낯설다.

"거기가 금호 아파트 501호 맞는지..."

"아니에요, 전화 잘 못 거셨네요."

금호 아파트는 전에 살던 곳이다. 미주는 요즘 사기꾼도 많고, 마침 어제 TV에서 사기당한 사연을 다룬 방송을 봐서 안 좋은 생각이 든다.

"저, 저, 거 금호 아파트 아니에요?" 남자의 목소리는 어딘가 술에 취한 듯하다.

'말이 좀 어눌하네, 언어 장애가 있는 사람인가?' 여러 가지 생각이 몰려 온다. '우리 딸 이름은 어떻게 안 거지?' 갑자기 사기꾼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

"아저씨, 아니라고요, 아침부터 술 드시고 이러시면 안 되죠!"

미주는 매몰차게 전화를 끊는다.


하진이 운전하는 차를 타고 가며 셋은 수다를 떤다.

"하진아, 오늘 운전 잘 부탁해, 이따 이 언니가 맛있는 커피 쏠게." 경아 언니가 너스레를 떤다.

"언니, 옷 색깔 너무 예쁘다. 바다에서 사진 찍으면 잘 나오겠네." 미주는 언니의 노란빛 스웨터가 화사해서 좋다.

"그래, 너도 커피 사 줄게 하하. 그런데 내가 깜박하고 휴대폰을 놓고 나왔지 뭐냐."

미주는 아침에 있었던 일이 문득 떠오른다.

"오늘 아침에 별 미친 이상한 전화를 받았잖아, 글쎄 어떤 모르는 남자가 전화를 해서 정연이 엄마냐고 하는 거야, 맞다고 했더니 금호 아파트냐고 또 물어서 아니라고 했더니 자꾸 거기 아니냐고 하잖아. 근데 아침부터 술을 먹었는지 말이 어눌하더라고. 장애가 있는 사람인가 싶기도 하고. 요즘에 하도 사기 치는 사람이 많아서 겁이 나서 이러면 안 되지 않냐고 따끔하게 한 마디하고 끊었지 뭐야,"

"그래, 잘했어. 요즘 사기꾼들 많아서 조심해야 해." 하진이 한 마디 거든다. 그런데 경아 언니는 맞장구를 안친다. 찌그러진 종이 같은 얼굴이 석고처럼 굳어있다.

"얘, 그 사람이 내 남편이거든! 내가 얘기했잖아. 핸드폰을 놓고 왔다고!" 경아 언니가 큰 소리로 혼내 듯이 말한다.

하진과 미주는 그제야 이해가 되면서 지금 상황이 황당하고 웃기고 미안하다.

"아, 언니 남편이었다고? 미안해 언니, 요즘 하도 사기치는 사람이 많아서 의심부터 하다 보니 하하하"

"나 다 들었어 어. 뭐? 술 먹은 거 같고, 말이 어눌하고, 장애가 있는 거 같다고?" 하면서 언니는 동생들에게 일부러 겁을 주고 웃음을 준다.


의심부터 하는 건 좋은 걸까 나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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