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는 어제 처음으로 새로운 업체에서 일을 했다. 전달받지 못한 상황으로 난감했으나 동료의 도움으로 잘 해결되었다고 했다. 자정이 다 되어 집에 들어온 그는 배달음식을 앞에 두고 그날의 일을 하나 하나 꺼내놓았다.
"일하면서 너무 외로웠어. 몰랐는데, 이 일이 외로운 일이더라구."
그녀는 잠시 멈칫했다.
그녀가 말했다.
"자기와의 싸움이구나, 등산하는 것처럼. 나도 외로웠어. 혼자서 글 쓰는 일도 외로워."
그가 이렇게 덧붙였다.
"한 바퀴를 돌면 360도 원점이지, 내일은 180도로 잘해내서 달라진 모습을 보여줄 거야."
그의 표정과 말투에서 결연한 의지가 엿보였다. 그는 쓰러지면 더 잘 일어서는 습성을 지녔다는 것을 그녀는 익히 알고 있었다.
문득 어릴 적 스케이트를 탔다던 그의 일화가 생각났다. 그는 강원도에 살 때 스케이트 선수로 활동했는데 한번은 대회에 나가서 트랙을 돌다가 얼음에 박힌 담배꽁초에 걸려 넘어졌다고 했다. 그대로 끝날 수도 있었지만, 그는 벌떡 일어나 다시 트랙을 돌았고 결국 상을 받았다. 예전에 아들에게 이 이야기를 해줄 때는 두세 번을 더 넘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일어나서 다시 탔다고 얘기하는데 그 과장스러움과 코믹함에 속으로 웃음을 지었었다.
어둠이 깊은 토양에서 비옥함이 만들어진다. 외롭다는 감정은 무언가에 집중하며 자기 길을 찾아가고 있다는 신호일지도 모른다. 누구나 외로운 겨울을 지나야 봄을 만난다. 찬란한 봄은 봄 나름대로 즐겁지만, 쓴 커피처럼 고독하고 차가운 겨울 또한 나름대로 살아볼 만한 인생의 맛이 있다. 모두가 나의 일부라면, 그 계절 역시 외면하지 않고 살아볼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