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의 자유론, 나다움으로 살기

밀의 자유론을 읽고

by 문이

밀의 <자유론>, 이 책은 굳이프로잭트의 독서토론 도서로 지정되어 읽게 되었다.

논리와 근거로 이어가는 만연체의 글은 읽기에 만만치 않았다. 결국 뒷부분은 요약 글을 읽는 것으로 대신했다. 사상과 토론의 자유, 개성의 중요성, 자기답게 살 권리에 대한 내용이 인상적이었다.


책을 읽으면서 나는 어떻게 살고 있는지 돌이켜 보았다. 나 자신에 대해서는 그 어느 시기보다도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살고 있다. 그동안 타인의 삶을 구경하며 따라 하기 급급하고 그에 미치지 못한 것을 안타까워하며 살았다면, 지금은 다른 사람의 눈치를 살피기보다 용기 있게 원하는 것을 잘하고 있는지 나의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실천하려 애쓴다. 개성 있는 나로 발돋움하는데 밀의 자유론 이 책이 응원의 메시지로 느껴졌다.


그리고 오늘날의 사회를 떠올렸다.

우리는 지금 인류 역사상 가장 영리한 기계와 가장 시끄러운 광장을 동시에 가진 시대에 살고 있다. 손 안의 인공지능(AI)은 질문하기도 전에 정답을 제시하고, SNS라는 광장에서는 수만 개의 댓글이 하나의 방향으로 거대한 파도를 만든다.


효율적이고 역동적으로 보이는 이 풍경이 좋기만 한 것일까?

160여 년 전 존 스튜어트 밀이 <자유론>을 통해 경고했던 ‘다수의 횡포’와 ‘지적 정체’가 현대의 기술을 입고 재현되는 점이 우려스럽기도 하다.


유행 따라 같은 스타일의 옷을 입은 학생들의 행렬, 성형수술을 통해 정형화된 미인들, SNS를 도배하는 똑같은 유행 간식들. 남들과 다르면 불안해지는 이 ‘비교 문화’는 단순히 취향의 문제가 아니다.

밀은 이를 ‘사회의 관습적 독재’라 불렀다. 관습이기 때문에 따르는 삶은 아무런 선택도 하지 않는 삶이며, 인간의 비판적 사유 능력을 퇴화시킨다. 모두가 평균적인 정답에 안주할 때, 우리 사회의 지성은 서서히 화석처럼 굳어간다.


이러한 획일성은 온라인 광장에서 나타나곤 한다. 인플루언서의 표절 사건이나 연예인들의 사생활 문제를 대하는 대중의 태도를 보면 무서울 때가 있다. 잘못에 대한 비판은 정당하지만, 그것이 인격 모독과 사회적 매장으로 이어지는 순간 광장은 단두대가 된다. 성경은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고 가르쳤으나, 오늘날의 광장은 죄를 빌미로 사람의 존재 자체를 지워버리려 한다.


불교의 연기(緣起) 사상으로 보면, 누군가를 향해 던진 증오의 칼날은 결국 우리 모두의 마음을 병들게 하는 독화살이다. 타인을 ‘악(惡)’이라는 고정된 실체로 낙인찍는 순간, 우리 안의 자비와 관용은 설자리를 잃는다.


내가 틀릴 수 있음을 인정하는 밀의 겸손함과, 모든 존재가 연결되어 있음을 깨닫는 부처의 자비가 만날 때, 우리는 비로소 이 무서운 여론의 광풍 속에서 인간의 얼굴을 지켜낼 수 있다.


AI가 정답을 알려주고 알고리즘이 한 방향으로 몰아가는 시대일수록, 우리는 ‘너무하다’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를, 그리고 타인의 다름을 견뎌낼 수 있는 지적 관용의 근육을 키워야 한다. 그것이 밀이 말한 인류를 진보하게 하는 힘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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