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의 심연에서

에크하르트 톨레, 지금 이 순간을 살아라

by 문이

몰입과 직관의 미학

인간은 끊임없이 생각하는 존재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그 멈추지 않는 생각의 행렬은 소음이 되어 우리 내면의 고요한 세계를 가로막는다. 데카르트는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존재한다'라고 말하며 사유를 존재의 근거로 삼았지만, 에크하르트 톨레는 이를 가장 기본적인 오류라고 지적한다. 진정한 본질은 머릿속의 헤아림이 아니라, 그 너머의 고요한 세계와 일치하기 때문이다.

불교에서 말하는 오온(五蘊)의 집착, 즉 색·수·상·행·식이라는 현상적 형태에 매몰될 때 우리는 스트레스와 고통에 빠진다. 그러나 이 형태 너머에는 영원히 부수어지지 않는 오직 하나의 생명이 자리한다.

이는 씨앗이 단단한 지표면을 뚫고 올라오는 근원적인 생명력이며, 갓 태어난 아기가 본능적으로 엄마를 향하는 거부할 수 없는 힘과 같다.

이 생명력은 우리가 몰입할 때 비로소 그 모습을 드러낸다. 몰입은 지금 이 순간에 충만하고 강렬하게 집중하는 상태이며, 마음의 헤아림(생각)이 정지되는 찰나다.

이때 우리는 거짓된 자아를 벗어던지고 만물의 배경을 이루는 공(空)의 세계, 즉 전체성과 하나가 된다.

뉴턴이 만유인력을 발견하고 예술가가 천재성을 발현하는 순간은 바로 이 몰입을 통해 존재의 심연에서 직관을 길어 올린 순간이다.

우리가 흔히 목격하는 기적적인 치유의 사례들도 이 원리로 설명 가능하다.

'나는 자연인이다' 속의 인물들이 도시의 스트레스(오온의 고통)를 벗어나 자연 속에서 회복되는 것은, 생각의 소음으로 막혀있던 기혈(氣血)을 뚫고 내면의 생명 에너지를 다시 흐르게 했기 때문이다. 이는 외부의 신에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니체가 말한 초인처럼 자기 안의 신성한 생명력을 회복하는 과정이다.

결국 깨달음이란 먼 곳에 있는 비현실적인 경지가 아니다. 지금 이 순간, 생각의 억압을 멈추고 내면의 평화로운 상태에 머무는 것, 그리하여 우리 안에 깃든 영원한 생명력을 온전히 누리는 것이다. 몰입을 통해 나를 잊고 존재와 만나는 그 찰나, 우리는 누구나 자신만의 천재성과 마주하며 가장 밝은 깨달음의 상태에 머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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