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의 여유

by 문이


오랜만에 동생네랑 아버지 모시고 외식을 했다.
2주 만에 만난 아버지는 많이 힘드셨나 보다.
"아이고, 늙으니까 혼자 어디 갈 데도 없고 답답해서 혼났다."
노인들이 살기 힘든 시절이다. 앱이라도 사용할 줄 알면 어디라도 찾아다닐 텐데 도시의 독거노인들은 주변에 친구도 없고, 경로당도 너무 늙으면 어울리지 못하는 모양이다.

"아버지, 밥 먹으러 어디로 갈까요?"
"거 전에 갔던 막걸리 공짜로 주는 집 가자."
평상시 아버지는 아무 데나 좋다며 따라만 오시더니, 오늘은 웬일로 선택을 하신다. 막걸리가 당기셨나?
그래서 부천 작동에 있는 보리밥집으로 갔다. 한 상 차려지니 색색으로 화려하다. 이 집은 보쌈, 게장, 막걸리가 모두 서비스로 나온다. 특히, 양념 게장이 맛있다.
아버지는 양쪽 어금니가 없어서 틀니를 맞추는 중이다. 얼마나 답답하셨으면 혼자 치과에 가서 상담을 받고는 나에게 보호자 동의를 해달라고 전화를 하셨을까?

딱딱한 게를 잘 못 씹으면 앞니마저 잃을까 봐 먹기 좋게 잘라드렸다. 제부는 보리밥에 각종 나물과 참기름, 고추장을 넣어서 비빈 후 아버지 드시라고 앞에다 놓아드린다.



숲카페에 들어가 커피 타임을 가졌다. 식물도 구경하고 이런저런 이야기들로 웃고 떠들다 보니 시간이 금방 지난다.

밖에서 젊고 좀 생긴 청년 한 명이 멋들어지게 노래를 한다. 중저음의 목소리가 차분하고도 힘이 있다. 웃음을 잃지 않고 혼자 노래하는 모습이 안쓰러워 텅 빈 투명 상자에 현금을 넣어주고 싶었다. 다들 카드뿐이다.
조금 있으니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든다. 대 여섯 명의 고등학생 남자아이들이 운동 가방을 내려놓고 맛있게 붕어빵을 먹으며 노래를 듣는다. 그 모습이 귀엽다. 바닥에 놓인 성금함에는 푸른 잎, 노란 잎들이 쌓이고, 그걸 지켜보는 나도 흐뭇해진다.
목소리가 좋다는 것, 노래를 잘 한다는 것. 얼마나 축복일까?

"나도 상자 하나 가져다 놓고 춤출까?"
나의 물음에 동생이 하는 말,
"아니, 신고 들어와. 하지 마."
그래서 한바탕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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