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5시가 조금 지났다.
30분쯤 달리고 집에 돌아와 대문을 여는 순간, 훅 끼쳐오는 열기가 반갑지 않다. 어제 외출했다가 돌아오는 길, 꽃샘추위에 몸을 움츠렸더니 근육들이 긴장됐다. 오자마자 보일러를 켜 둔 채로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고, 밤새 더웠다. 달리고 나니 체온이 올라 더운데다 집 안 공기가 후끈하다. 얼굴 위로 땀방울이 흘러내린다.
달리는 내내 왼쪽 어깨에는 묵직한 통증이 매달려 있다. 두 팔을 수직으로 세워 앞뒤로 흔들 때마다 그 통증이 지난날을 불러낸다.
편안함을 핑계 삼아 움직임을 미뤄왔던 몸. 글쓰기와 독서를 이유로 요가도 끊고, 같은 자세로 오래 굳어 있던 시간들. 더 나은 미래를 준비한다는 명분 아래 나는 그 순간의 몸을 자꾸 뒤로 미룬채 가두어 두었었다.
호흡을 고르며 달린다.
마음의 눈으로 그 아픈 어깨를 가만히 바라본다.
어깨 주변에 검은 기운이 얹혀 있는 것 같다. 팔을 흔들 때마다 찐득한 덩어리들이 조금씩 떨어져 나간다. 아스팔트 위로 녹은 납덩이 같은 것들이 흘러내리는 느낌이다.
운동을 마무리하는 마지막 5분의 걷기. 숨이 잦아들고 마음을 덮고 있던 먹구름도 조금씩 걷힌다.
그때 문득 그 아이를 만난다.
내면의 아이는 생각보다 힘이 강하다.
팔은 다시 힘차게 허공을 가르고 다리는 경쾌해진다. 밝은 빛을 뿜어내는 하나의 생명체가 되어 나는 이 길 위를 유영하듯 떠간다.
새벽 공기 속에서, 내 몸은 이제야 다시 살아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