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를 하며 만난 아이

by 문이



요즘 새벽 달리기를 합니다. 왜 달리기를 하게 되었을까요? 처음엔 주변 달리기 열풍이 저를 자극한 거죠. 지난가을에 런데이 앱을 켜고 몇 번 달리고는 멈춘 상태였습니다. 하지만 그때의 달리기는 나쁘지 않았고 오히려 성취감, 땀이 나고 몸이 가쁜해지는 느낌이 좋았습니다. 심장이 안 좋은 관계로 달리기는 나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아닙니다. 계속 달리다 보니, 신호등만 잠깐 뛰어도 가슴이 쪼여오며 아팠던 것이 이제는 괜찮습니다.

셔플댄스를 하다 보면 짧은 곡 하나 추는 데에도 숨이 찹니다. 달리기는 폐활량을 늘려주어 도움이 됩니다. 그래서인지 춤추기도 조금씩 편해지고 있습니다.

달리기를 하는 동안 온갖 생각이 머릿속을 스칩니다. 조금 있다 중요한 줌 모임이 있는데 무슨 말을 할까 걱정이 되었고, 오늘 점심을 어떻게 할까 생각했고, 어제의 상처를 떠올렸고, 눈에 들어오는 나무, 사람, 달, 시간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아니 '지금 이 순간만 있을 뿐'하며 아직 오지 않은 시간을 미리 걱정하는 나를 인식하기도 했어요.
나의 생각들을 의식하며 달리니 무슨 생각들이 그리도 많이 오가는지 거대한 쓰레기 같기도 합니다. 그 순간이 지나면 사라지고 마는 물거품입니다.

달릴 때마다 내 안의 내면아이를 만나려고 노력합니다.
지금 읽고 있는 책에서, 순수한 나, 참 자아, 현존. 이런 것들이 있다는데,
느낌으로 알 수 있고,
호흡에 집중하고 몸의 에너지에 집중하고,
명상을 통해 내면의 문을 열고 들어가면 만날 수 있다고 합니다.

그 아이를 만나려 들숨 날숨을 바라보았습니다. 달리는 순간의 몸을 스캔하듯 발가락, 발바닥, 발목, 종아리, 허벅지, 엉덩이, 허리, 배(여기서 멈추었...) 하나하나 느낌을 집중시켜 보았습니다. 4차원에서 3차원에 있는 나를 바라보듯 내면아이가 에고에서 분리되어 달리는 나를 바라보는 것일까요? 내면 아이는 보이지 않은 에너지, 빛으로 존재합니다. 고요와 평안 속에서 흐릅니다.

나의 감각과 인식이 만들어낸 감정과 마음은 서로 뭉쳤다가 흩어졌다가 합니다. 마치 끊임없이 소용돌이치는 하늘의 먹구름과 같이 저 너머의 달빛을 가리고 있었습니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어제 보았던 달은 여전히 이 순간 달리는 나와 함께 합니다.
나의 내면아이도 온갖 마음을 걷어내고 나면 빛으로 잠깐이나마 만났을 겁니다.
짧은 순간의 만남이 긴 만남이 되도록 오늘도 달리기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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