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달리기를 하며
달리기와 글쓰기, 산책과 시쓰기는 늘 함께 따라옵니다. 몸을 움직이고 나면 수면 아래 잠겨 있던 생각들이 하나둘 떠오르기 시작합니다. 이름 붙일 수 없던 감정과 장면들이 서서히 또렷해집니다.
그때 필요한 것은 거창한 기술이 아닙니다. 손을 펼치는 일, 스쳐 지나가는 생각들을 붙잡아 화면 위에 올려놓는 것, 그것이면 충분합니다.
처음부터 잘 쓰려고 애쓰지 않습니다. 다듬으려 들지 않고, 잡히는 대로 꺼내놓습니다. 글쓰기는 결국 건져 올리는 일입니다. 이미 내 안에 있던 것들이 움직임을 계기로 모습을 드러낼 뿐입니다.
달리기를 시작하면 처음에는 몸이 놀랍니다. 호흡이 가빠지고, 금세 힘들어집니다. 그 순간을 조금만 넘기면 신기하게도 흐름이 생깁니다. 점점 거세던 숨이 가라앉고, 발걸음이 리듬을 찾습니다.
마치 태풍의 눈에 들어간 것처럼, 주변은 여전히 요동치고 있는데 그 안은 고요해지는 순간이 있습니다. 완전히 아무 생각이 없는 상태는 아니지만, 생각에 끌려다니지 않는 상태에 가까워집니다. 몸은 계속 움직이고 있는데 마음은 한결 잔잔해집니다.
그 고요 속에서 생각들이 정리됩니다. 흩어져 있던 감정들이 자리를 잡고, 흐릿하던 것들이 또렷해집니다. 그리고 그때, 문장들이 떠오릅니다.
그래서 저는 오늘도 움직입니다. 달리고, 걷고, 다시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