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저녁 요가를 마치고 왔는데
남편이 퇴근해서 먼저 와 있다.
오늘은 새로운 동작들을 해서
다리가 좀 후들후들
"뭐 먹을까?" 남편이 묻길래
"잔치국수? 비빔만두? 스파게티?"
나의 돌림빵하는 메뉴 제안에
"좀 지겹다."
"그럼 뭐 먹고 싶은데?"
"......" 말이 없는 남편
메뉴 고르는데
생각이 많고 고민이 많다.
"그럼 그냥 시켜 먹어"
성격이 급한 내가
또 먼저 제안을 한다.
"저번에 시켰던 보쌈? 코다리찜?"
다 싫단다.
그리고 시간은 계속 가고
"시켰어?"
"아니, 아직"
아휴, 결정 장애라니
"그럼 그냥 치킨 시켜. 00터치, 거기 새우버거 맛있었어."
그제야 주문 버튼을 누르는 남편
"흐음~~!, 맛있어!"
상을 차리자마자
바삭한 치킨 한 조각을 입에 넣고
좀 오버스러운 감탄을 하는 나
새우버거도 입을 크게 벌리고 아앙
한입 베문다.
운동하고 먹으니 꿀맛이다.
남편도 배고팠는지 '으음' 소리를 연신 내며
우린 서로 먹느라 정신이 없다.
"이거 00가 보면 환장할 텐데..."
평상시 아들이 좋아했던 거라
군에 간 아들내미 생각이 났나 보다.
"사진 찍어 보내!"
"야, 안돼! 게 탈영해!"
농담을 주고받는다.
"남기고 내일 아침에 일어나 보면 없잖아.
왜? 00가 우리 잠든 사이 먹어 치워서"
나는 중간쯤 먹는데
갑자기 속이 느끼하다.
갓 담근 싱싱한 배추김치( 엊그제 앱에서 산)와
갓 지은 윤기나는 콩밥과
조미 김을 챙겨와 먹는다.
"자기도 줘?"
"아휴, 이게 조화가 맞냐?"
"나 예전에 어머니처럼 돼가나 봐. 크크"
시어머니는 피자든 치킨이든
늘 김치와 함께 먹는 김치 러버였다.
"하여튼 넌 참 신기하다. 너를 유튜브로 찍고 싶다."
"하하하, 자 이것도 찍어!"
난 드러누워 요가복을 입은 채로
두 다리를 천장을 향해 치켜세웠다.
코믹하고 말하는 거 좋아하는 우리 남편.
그는 유튜버가 되어야 한다.
맛집 찾아다니는 먹방 유튜버
그게 딱 어울리는데
생업이 그의 발목을 잡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