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우리 속담에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진다는 말이 있죠. 운이 정말 나쁠 때 쓰는 말이잖아요. 저는 그 정도는 아닌데 운하고는 거리가 멀다고 느끼는 사람 중 한 사람이었습니다. 평범해도 너무 평범한 사람. 룰렛을 돌려 상품 뽑기를 해도 당첨 확률 제로에 가까운 그런 사람이었죠. 어쩌면 저의 일하는 환경이 그 운의 세계를 간과하지 않게 했을 수도 있습니다. 제가 몸담은 업체도 영업적인 특성이 강한 곳이라 실적에 따라 많은 보상들이 뒤따랐거든요. 경쟁과 비교 속에 많은 상처를 받았죠. 시기별 이벤트도 많아서 응모와 당첨의 재미와 실망을 맛보곤 했습니다.
"불행한 예감이 적중한 것처럼 느끼는 이유는 내가 그것을 더 자주, 더 강렬하게 떠올렸기 때문일 겁니다. 행복과 불행. 이 둘은 해와 그림자 같습니다. 해가 비치면 어딘가 그림자가 생기듯 행복에도 불행의 그림자가 드리웠고, 불행 속에서도 보이지 않는 빛이 있었습니다. 차이가 있다면 우리는 행복보다 불행을 더 오래, 더 선명하게 기억한다는 것이겠지요."
<당신이 글을 썼으면 좋겠습니다> 199쪽, 전유정
전유정 작가님의 책에서 이 문구를 발견했을 때 제 얘기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100명이 응모를 해서 5명만 당첨이 되면 나머지 95명은 잠깐이라도 실망감과 부러움을 느낄 수 있을 거예요. 그런 것이 반복되면 '난 운이 없는 사람이니까' 하는 부정적인 감정이 나를 점점 지배해 갈 수도 있겠죠. 겉으로는 그런 조그마한 것에 연연하는 사람이 아닌 척하면서요
"복과 불행을 저울질하는 게 무의미하다는 걸 깨닫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중요한 건 우리가 무엇을 선택하느냐는 겁니다. 불행 속에서 고개를 숙이거나, 행복 앞에서 방심하지 않는 태도 말이지요.
중략
삶은 완벽할 필요가 없습니다. 불행한 날에도 자기를 다독이는 작은 믿음과 행복한 날에도 겸손할 줄 아는 따뜻한 마음이면 됩니다."
<당신이 글을 썼으면 좋겠습니다> 200쪽, 전유정
새옹지마, 전화 위복, 행과 불행은 동전의 양면처럼 함께 붙어 다닙니다.
'나는 한 번도 당첨된 적이 없냐.' 했던 생각에서 '오히려 당첨된 물품이 화를 가져왔을 수도 있었을 거야.'
'난 아이스크림 못 받았어. 그렇지만 그거 먹고 배탈 날 수도 있었을 거야, 몸에도 안 좋아.'
'나만 여행을 못 갔어. 그렇지만 막상 가면 신비감이 사라져 버렸을 거야. 힘든 여행이었을 거야. 음식도 안 맞고.'
내게 유리한 쪽으로 생각을 하니 하나도 안 부럽더라고요.
시련이 없다면 감사함을 모를 겁니다. 감사함을 모르면 행복할 수 없을 거예요. 고로 시련이 있음에 감사해야 합니다.
요즘 박완서 선생의 작품들을 몇 편 읽으면서 생각했습니다. 선생은 전쟁의 고통을 겪었기에 모든 것이 소중하고 감사해서 사랑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 사랑을 작품에 담아 후세에게 전하고 있으니 얼마나 감사한지요.
책을 읽고 좋은 강연들을 찾아 듣고, 글쓰기를 하면서 삶의 진리를 깨달아 갑니다. 그런 환경들로부터 자유로워지는 나를 발견하게 됩니다. 매일매일 지혜의 언어들에 담금질을 하여 긍정적인 생각들로 나를 단련시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