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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한테 가까이 오지 마!

에세이

by 문이



며칠 전 남편이 퇴근을 해서 집에 들어왔습니다. 대문을 들어서자마자 신발도 벗지 않은 채로

"나 감기가 심하게 왔어." 하는 거예요. 코를 잔뜩 머금은 목소리에 지독한 감기의 기운이 가득 담겨있습니다.

저는 그 말을 듣자마자

"나한테 가까이 오지 마!" 하이톤을 발사하며 급하게 마스크를 찾아 장착을 했습니다.

이러는 내 모습을 보고

"야, 너무하네 진짜. 자기부터 챙기는 거 봐라." 하며 남편이 서운해합니다.

뒷수습에 나서봅니다.

"나까지 아프면 누가 자기 간호해 줄 거야, 같이 아프면 안 되잖아."

저의 이런 행동은 이기적인 걸까요, 현실적인 걸까요, 지혜로운 걸까요?

다른 사람이 그랬다면 아마도 "괜찮아? 힘들겠다." 이렇게 예의를 차리며 마음을 담아 걱정의 표현을 먼저 했을 거 같아요. 그런데 남편은 가까우니까 우리 사이에 예의쯤 안 차려도 이해하겠지 하는 마음이 한편에 있었나 봐요. 그래서 그 과정을 생략하고 현실적인 행동부터 취한 거죠.


때로는 이런 생략하는 과정 때문에 싸움이 되기도 합니다. 내 마음 알고 있겠지 하고는 '고맙다', '잘했다', '미안하다', '걱정된다' 등의 마음표현을 번거롭게 생각하고 건너뜁니다. 마음이 지쳐 있거나 아플 때는 그 표현의 결여에서 비롯된 서운함이 오해로 변하기도 할 거예요.




5970438_uploaded_4754516.jpg?type=w966 © Violetta Deepova, 출처 OGQ






저녁을 먹으며 남편은 새 젓가락으로 반찬들을 하나씩 빈 접시에 따로 덜어내 먹습니다.

"이거 내 침 안 묻혔다아,"

이 모습을 보니 배려해 주는 남편이 내심 고맙고, 아까 나부터 챙겼던 나 자신이 떠올라 살짝 미안해집니다.

그런데 남편의 이 행동은 아내를 위해서였을까요? 자신을 위해서였을까요? 아내마저 감기에 걸려 자신을 못 챙겨 줄 거라는 우려에서 나온 행동이면 자신을 위한 거고, 아내만큼은 감기에 안 걸리기를 바라는 순수한 마음에서 그랬다면 사랑일 테죠. 이 것을 구분 지어 생각하려니 머리가 복잡해지네요. 사람이 자기 자신을 먼저 챙기는 것은 본능인 거고, 거기에 아내를 챙기는 마음도 같이 섞였으리라 생각할래요.


부부는 이래서 '따로' 이면서 또 '같이' 인가 봅니다. 각자 제대로 자신을 돌보는 것이 결국은 서로를 위하는 것이 되고, 서로를 위하는 마음이 결국은 또 자기 자신들에게 돌아오는 운명 공동체인 거죠.


"자기, 약 드셔야지."

"응, 아까 먹었어."

코맹맹이 소리가 애틋하게 날아와 귀를 간지럽힙니다.






6425768_uploaded_7190384.jpg?type=w966 © ⚖��, 출처 OG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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