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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형상

시 쓰기

by 문이


3월이다.


깡마른 한 남자아이는 오늘도


진한 쑥색 롱패딩을 입고 와서는


덥다고 한다.


3월은 봄이라니까


겨우내 살에 닿아있던


히트텍을 벗어던졌다.


배가 시원하다.


가벼워진 몸을 하고선


설레는 마음으로 길을 걸었다.



겨울과 여름 사이 길목에서


이중인격 드러내는 봄기운에 당했다.


난처하다.


겨울도 여름도 아닌 것이


차갑다고도 뜨겁다고도 할 수 없는 것이


달걀흰자 같은


고체와 액체의 그 어디쯤인


우무 질의 형태를 띠고 꿈틀거린다.



어둡게 그늘진 봄 길에


마음을 건드리는


아픈 농담 같은 바람이 분다.


뺨이 시리다.


바람은 햇볕을 몰아다가


낙엽 밑에 숨어있는


푸른 생명에게도 다가간다.



햇볕이 내리꽂는 봄길은


여름 생각나게 하는


열기의 냄새를 풍긴다.



흰색 시멘트 바른


플라타너스 기둥 따라


하늘을 올려다본다


겨울 동안에도 떨구지 못한


미련한 열매들을 이제는 보내야 한다


너의 푸른 꿈이 자리를 차지하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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