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드디어 우리나라 3대 사찰 중에 하나인, 역사책에서만 보았던 양산 통도사에 가게 되었다.
초등학생 역사 논술 수업 시간에 이 책을 보여주며 설명한다. 고려 말 돈벌이에 나선 대표적인 절이 양산 통도사였다.
"그래서 새로운 조선은 불교를 억압하고 유교를 숭상하는 숭유억불 정책을 펼치게 된단다."
"전국 각지의 유명한 절도 권문세족 못지않게 거대한 농장을 가지고 있었다. 고려 시대의 절은 크기와 규모가 상당해서 이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돈이 많이 들었다. 절에서 필요한 돈은 신도들이 내는 시주로 충당했다. 고려 시대에는 거의 모든 사람이 불교를 믿었기 때문에 시주로 절에 땅을 바치는 사람도 많았다. 그래서 유명한 절일수록 땅도 많이 갖게 되었다. 또한 권문세족처럼 다른 사람의 땅을 불법으로 빼앗는 경우도 있었다.
절에서는 농장만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장사를 하거나 돈을 빌려주기도 했다. 송광사 주지를 지낸 국사 혜심도 '절에서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챙기는 것은 잘못이 아니다. 다만 높은 이자를 받아 부자가 되는 것이 잘못이다'라고 할 정도였다. 또 절 농장에서 거둔 곡식을 비롯하여 파, 마늘 등 갖가지 농산물을 내다 팔았으며, 남는 곡식으로 술을 빚어 팔기도 하였다. 염전을 소유하여 소금을 만들어 파는 절도 있었다."
22쪽
"양산 통도사는 나라의 허락을 받아 절 주위에 장생표 12개를 세웠다. 통도사가 가진 농장은 엄청나게 넓어서, 장생표로 둘러싸인 농장의 둘레가 무려 4만 7천 걸음이었다고 하니 현재의 양산시 전체와 거의 맞먹는 넓이였다"
23쪽
*국보: 대웅전, 금강계단
*보물: 청동은입사향완, 양산 통도사 봉발탑
*13개의 암좌
토요일 아침, 자주 애용하는 여행사를 통해 친한 동료 쌤 두 명과 여행을 하기로 한 날이다. 서울역에서 6시 30분 버스를 타야 했다. 남편이 역까지 데려다줘서 내가 먼저 지하철을 탔다. 중간에 타기로 한 쌤이 연락도 안 되고 보이지도 않아서 계속 전화를 했다. 알람을 끄고 다시 잠들었으면 깨울 요량으로.
다행히 연락이 된 쌤은 시간이 남아 유튜브를 보다가 전화를 받고서야 늦었다는 것을 알았다고 한다. 먼저 도착한 우리가 10분 정도 버스를 지연 시킨 끝에 함께 출발을 했다.
"쌤, 우리한테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어 주려고 일부러 그런 거지? 하하" 우리는 황당하고 웃겨서 그 이슈로 한참을 얘기하며 즐거웠다. 아침으로 제공된 김밥과 가지고 온 커피를 마시며 한참을 갔다.
워낙 먼 거리라 휴게소도 들르고 하니 5시간 정도 걸려 도착했다.
저녁쯤 올 걸로 예상했던 비가 내린다. 날씨도 추워져서 가지고 온 모자랑 목도리로 몸을 보호했다.
이 길은 소나무들이 제멋대로다. 자유로운 영혼들이네 생각하며 걷는데 이 간판이 보인다. '부처님을 만날 수 있으려나. 춥기만 하구먼.'
버드나무처럼 늘어진 매화나무가 신기하다.
한국의 담벼락과 기와와 매화, 산수유 꽃의 조화로움에 감탄이 새어 나온다. 인위적이지 않은 자연미에 마음이 편안해진다.
우중충한 날씨에 마음도 좀 가라앉아 있었는데 화사한 매화꽃에 환한 미소와 밝음이 살아났다. 사진 찍으려는 사람들로 주변은 시끄럽고 복잡하다.
절과 친한 쌤이 일부러 동전을 준비해 왔다고 던지라고 준다.
"이얍!" 정중앙에 떨어진 동전에 기쁨의 탄성이 나왔다. 쌤이 소원을 빌라고 한다. 갑작스러운 주문에 그냥 바로 생각난 대로
"모든 일이 다 잘 되게 해 주세요" 했다.
쌤의 소원은
"주변 모두 건강하고 무탈하게 해 주세요."
'오, 역시 쌤은 이웃을 위하는 마음이구나!' 배울 점이 많은 사람이다.
'연못 안에도 꽃들이 있네!'
오래되고 낡은 것은 묵직하게 든 것이 있다.
봄꽃이 아찔하다.
여기 '나' 있다고 존재감 뿜어 내는 나무 한 그루
여기저기 시선을 주며 우리나라 건축미에 매료되어 본다. 주름치마처럼 펼쳐진 지붕이 우아하다. 처마에서 내려온, 문을 매어 두는 고리 하나도 정겹다.
검은 지붕과 진분홍 매화꽃의 색이 대비된다. 자연은 위대한 예술가이다.
신라시대부터 내려온 오래된 절들은 단청이 없다. 조각 자체만으로도 화려하다.
군인들처럼 각과 열을 맞춘 질서가 아름답다.
통도사 대표 목조 건축물인 대웅전은 금강 계단과 이어진 절집이기 때문에 따로 불쌍을 모시지 않는단다. 대신 출입문에 오른쪽 불단 뒤편으로 부처님의 진신 사리가 있는 금광 계단이 보이고 그곳을 향해 참배를 한다고 한다.
현실 세계는 다 잊을 듯한 꿈속 세상 같다.
낙동강과 매화로 유명한 두 번째 코스, 미나리 축제, 매화 축제가 열리는 원동마을로 버스를 타고 이동했다.
점심 식사는 미나리 삼겹살로 각자 원하는 식당을 찾아 들어갔다.
원동마을 속으로 들어가 보니 아담한 마을에 펜션과 카페들이 있다. 옛날 추억 돋게 하는 벽화가 정겹고 아기자기하다.
통도사와 미나리와 매화꽃으로 기억되는 '우산'쓰고 '양산' 구경했던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