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하지만 누구도 노을의 시작과 끝을 정확히 알 수는 없습니다. 노을은 이미 붉어진 채 우리 앞에 다가와 있고, 언제든 기별도 없이 흩어져 버립니다. 절정은 늘 지나고 나서야 절정이었다는 걸 알게 됩니다.
삶이 노을과 참 많이 닮았다는 생각을 합니다. 우리는 저마다 자기 삶의 완성을 그리며 살아가지요. 절정이라 믿는 그 순간을 향해 부지런히 달려요. 하지만 도착한 뒤에야 그것이 우리가 그리던 절정인지 깨닫기도 하고, 때로는 도착하고도 깨닫지 못한 체 지나가기도 합니다."
<당신이 글을 썼으면 좋겠습니다> 전유정 170~171쪽
오늘 5년간 함께 했던 지국장님이 이번 달로 은퇴를 해서 애슐리에서 송별회를 가졌습니다. 지국장님은 때로는 인생 선배였고 때로는 우리의 일을 이해하는 동료였습니다. 가끔은 물건을 내세워 영업력을 올리는 쇼 호스트 같기도 했으며 교육시간 지혜의 말들로 용기를 북돋아 주고, 야유회나 회식으로 재미있는 단체생활을 이끌어주셨어요.
그런 지국장님이 은퇴를 합니다. 옆자리에 잠깐 앉으셨을 때 은퇴 후 계획을 여쭈어보니 우선 좀 고장 난 몸을 추스르고, 책을 읽고, 여행을 하고 싶으시답니다. 전유정 작가의 저 말이 생각나서 지국장님의 인생의 절정은 언제였을까 생각해 보게 됩니다. 학습지 교사부터 팀장과 국장이 되기까지 젊은 시절을 다 받친 회사 생활에서 본인이 생각하는 절정기는 따로 있겠지만 작은 언덕들을 하나하나 넘는 과정이 다 절정이지 않았을까 싶네요. 그리고 인생 제2막의 문 앞에서 자신의 새로운 인생의 절정을 맞으러 떠나는 것 같습니다.
1등을 향해, 때로는 부와 명예를 거머쥐기 위해 과정을 힘들게만 바라보거나, 주변에 관심 주는 것을 뒤로 미루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고 싶은 일들을 참고 다음을 기약한 채 말이죠. 그리고 막상 목표를 이루었을 때 허무감이 찾아오거나 그 기쁨이 생각만큼 오래가지 않음에 당황합니다. 쉴 틈 없이 또 다른 목표를 향해 또 앞만 보고 달려가죠. 그러다 어느 날 질병이나 죽음이 찾아온다면 미루었던 하고 싶은 일들을 못한 것에 후회가 몰려올 것입니다. 주변 사람들을 챙기지 못한 것이 미안해질 것입니다.
완성만을 바라보지 말고 과정에 충실해야겠습니다. 지금이 내 인생의 절정이라 생각하고 내 삶의 순간순간 변해가는 노을빛을 감상할 수 있어야겠습니다. 산 넘어 해가 꼴깍 넘어가기 전에 이 빛나는 시간들을 감사하고 느끼고 나누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