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화 봄 예찬

순간을 살아내는 법

by 문이

지난 봄, 이 글을 보니 난 그 계절과 사랑에 빠졌었음에 틀림없다.

차갑게 얼어붙은 겨울을 견디고 온 세상이 새롭게 시작하는 그 날들이 너무 좋아서 나는 매일 달라지는 풍경에 가슴이 두근거렸으니까.

그 때 나의 떨림을 추억하며 시간여행을 떠나본다.





아침에 대문을 열었을 때, 깜짝 놀랐다.
하루 사이에 벚나무가 온통 하얀 꽃들로 덮여 있었다.
이 마을은 오래된 아파트 단지라 커다란 벚나무가 많은데,
4월이면 이 순간을 놓치고 싶지 않아 온 마을이 작은 축제를 벌인다.
장이 서고, 놀이기구가 들어서고, 사람들은 저마다 이 찰나를 즐긴다.


요즘 나는 이 찬란한 봄의 하루하루가 너무 아깝다.
이 계절이 서둘러 가버리기 전에,
그 풍미를 몸 안에 깊이 새겨 넣고 싶은 마음에
시장에 나가 봄나물을 하나둘 사서 직접 만들어 먹는다.

사실 남편이랑 둘이 먹자고 반찬을 만드는 게 귀찮아서,
언젠가부터는 아예 포기하고 살았다.
그런데 미나리, 취나물, 달래를 사다가 해 먹어보니
그 기쁨이 생각보다 쏠쏠했다.

봄이 내 안에 들어온 것처럼 충만해지는 느낌.
봄의 맛을 알아버렸다.
아직 못 먹은 봄이 많다.
봄의 행진은 한동안 이어질 것 같다.

이렇게 꽃구경으로, 제철 음식으로,

이 계절의 풍요로운 순간들이 나를 스쳐 지나간다.

순간순간이 너무 좋아서, 더 천천히 살고 싶어진다.
내일 죽는다고 해도 오늘처럼 살았을까, 자문하게 된다.
죽음을 생각하면 삶이 또렷해진다.
웃으며 넘길 수 있는 여유, 작은 것에도 감탄하는 마음.
그게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주는 태도 아닐까.


봄은 잠깐 머물다 간다.
그래서 더 애틋하고, 그래서 더 소중하다.






봄은 키스의 계절


암호는 필요치 않다

온몸은 이미 제압당했다

입안에서 톡톡 튀는 캔디 사탕처럼

밤하늘에 터지는 불꽃처럼...



1744152174922.jpg?type=w966 갤러리 h, 루나양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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