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2018) / 길예르모 델 토로
경계 없는 사랑의 형태, 내면의 모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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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 장애를 가진 엘라이자는 미 항공우주 연구센터에서 청소부로 일을 하다가 괴생명체를 발견하고 그와 교감하며 사랑에 빠진다.
영화는 냉전 시대의 절정인 1960년대 미국을 배경으로 한다. 반공주의와 각종 차별이 만연했던 당시 사회를 길예르모 델 토로 감독은 특유의 다크 판타지를 위한 요소로 비유를 통해 잘 활용한다. 특히나 약자들의 모습을 다룸으로써. 말을 못 하는 장애를 지녀 멸시와 성희롱을 당하는 엘라이자, 인간보다 뛰어난 능력을 지녔음에도 외모와 능력이 달라 실험 대상이 된 괴생명체,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직장을 잃고 수치를 당하는 자일스, 밝은 내면을 지녔지만 검은 피부로 무시받는 젤다 등. 당시 약자들이 처한 상황이 현재에도 크게 변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며 비판하는 듯하다.
소수자로서의 주인공이 수조에 갇혀 실험 대상이 되어버린 괴생명체를 도와주는 설정은 굉장히 친숙하다. 주축이 되지 못하는 주인공들이 사랑에 빠져 서로 힘이 되어 장애를 극복하는 설정은 흔하게 접해보았을 터 아닌가. 그 외에도 권선징악 등 동화에서 흔히 접할 법한 설정들이 많이 나타난다. 그러나 감독은 흔한 설정들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조화롭게 쥐고 흔든다. 그러나 더욱 새로운 것은 이종 간의-엘라이자가 과거에 같은 괴생명체였을 것이라는 암시도 존재하지만- 에로스적 사랑이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심지어 이것은 냉혈 동물과 온혈 동물의 결합이다. 결국 인간이 같은 괴생명체가 되어 그의 세계로 함께 들어간다는 것도 흥미롭다. 엘라이자에게는 물이 아닌 이 세상이 낯설었는지도.
동화적 요소가 많이 나타나지만 현실적 사회 또한 많이 반영되어 있으며, 동화와 같은 낭만적이고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가 이루어지지 않는다. 어둡고 침침한 분위기가 지속되며 낯설고 과격한 정사씬과 전라 노출이 등장하는데 이는 꽤 충격적이기도 하다.
길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또 한 번의 상상력에 감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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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바라보는 눈빛을 보면 내가 뭐가 부족한지 어떻게 불완전한지 모르는 눈빛이에요. 그 사람은 나를 있는 그대로 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