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테일

시작

by 여사감

부족함이 많은 탓에 늘 책에 목이 말라있지만, 읽고 읽고 또 읽어도 오히려 정신이 멍해지기만 합니다. 책을 읽고 “이제 알겠어”라고 생각하고 얼마 안 있어 머리에 남아 있는 게 없기 때문입니다. 책을 이해할 수 있을 거 같은데 명확히 저자의 뜻이 보이지 않는 그런 상황에 갑갑함이 가시질 않았습니다.


그래서 스스로 그 해결법을 찾으려고 해 보지만 더욱 무질서한 생각이 머릿속을 줏대 없이 흔들어 댈 뿐입니다. 끓는 물의 수증기처럼 잠깐 보였다 사라지는 책의 감상을 이제는 바꾸고 싶을 뿐입니다. 얼음처럼 만질 수 있고 흐르는 물처럼 손을 담가 분명하게 감촉을 느낄 수 있는, 책을 읽고 나서의 그런 이해를 어떻게 얻을 수 있을지 간절히 궁금하였습니다.


결국 고민 끝에 다시 찾은 결론은 다시 책을 읽는 것이었습니다. 봤던 책을 또 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동안 궁금해하던 책을 사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구입한 책 중에 손자병법이 있었습니다. 손자병법은 손무가 지은 책으로, 약 2,500년 전 중국 춘추시대의 극도로 혼란한 시기를 살아가고자 했던 의지의 산물이었습니다. 손자병법에서 책을 읽어도 갑갑했던 악몽에서 벗어날 힌트를 찾았습니다. 그것은 손자병법의 제4편 군형편이었습니다. 군형편은 군의 형세를 말하는데, 그 편에서 손자는 ‘옛날에 전쟁을 잘하는 자는 먼저 적이 승리할 수 없도록 완벽한 수비태세부터 갖추고 적에게 허점이 노출되어 아군이 승리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기를 기다렸다’라고 말하였습니다. 이 부분에서 기존과 다르게 책의 내용이 머리를 꽉 잡았습니다. ‘적이 승리할 수 없도록 완벽한 수비태세를 갖추고’를 통해서 알게 된 것은 나 자신이 책을 읽고 스스로에게 정직해야 한다 것이었습니다. 스스로에게 정직하다는 것은 책을 읽고 정말 책을 읽었는지 자신에게 물어보는 것입니다. 책을 얼마나 정성으로 읽었는지, 진심으로 작가를 바라보았는지, 그렇게 해야만 책을 성실히 읽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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