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의 의지, 매일의 삽질이 나를 만든다
이전에 ‘내가 일하고 싶은 동료’라는 글을 쓴 적이 있다. 여러 가지 조건을 나열했었는데, 돌아보니 결국 하나였다. 학습의 의지. 나는 이게 같이 일하고 싶은 사람의 가장 본질적인 조건이라고 생각한다.
예전에는 칼 하나를 잘 가는 게 전문가였다. 거기에 하나 더 갈면 대단한 사람이었다. 근데 지금은 직군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다. 장벽이 허물어졌다는 건 내가 안 해본 영역, 눈으로만 협업했던 영역까지 다 내 일이 될 수 있는 세상이다.
AI를 더 많이 사용하려면 알아야 하고, 알려면 공부해야 한다. AI가 다 해줄 것 같지만, 배우는 시간이 더 커져야 하는 세상이다.
매일 AI를 공부하고 써보고 있다. 물론 필요해서 시작한 거다. 근데 뭔가 배우고 내가 직접 하고 있다는 감각이 재밌다. 활용해서 결과물이 나오고, 사람들 피드백이 오고, 어쩌다 잘되고, 어쩌다 망하고. 그 과정 자체가 기쁜 일이다.
피곤하다고 느끼기보다 관점을 바꿔본다. 어차피 똑같이 회사 다니면서, 많이 배우면 내가 똑똑해지는 거다. 이 지식을 가지고 또 세계관이 확장되는 감각. 그게 나를 계속 움직이게 한다.
무작정 삽질한다. 뭔지 모르겠지만 일단 해본다. 사람들이 좋다니까 써보고, 세팅해보고, 만들어본다. 틀린 질문도 하고, 맞는 질문인 줄 알았는데 틀린 답을 얻기도 한다. 이 단계에서는 시간을 투자하는 것 자체가 목적이다.
손에 익는다. 삽질을 반복하다 보면 뭔가 손에 잡히기 시작한다. 뭐가 맞고 뭐가 틀린지 분류할 수 있는 감각이 생긴다. 나만의 방식이 조금씩 보이고, 자신감이 살짝 붙는 때가 온다.
일의 범위가 넓어진다. AI를 활용하면 내가 모든 걸 할 수 있게 된다. 근데 모든 걸 할 수 있으면, 모든 걸 알아야 한다. 마케팅을 하게 되면 마케팅의 기본 개념, 용어, 좋은 레퍼런스까지 알아야 하고, 기획을 하게 되면 그 도메인의 맥락을 파악해야 한다. AI 공부만 하는 게 아니라 그 아래 영역의 지식들이 같이 확장되는 거다.
결과물이 나온다. 뭔가를 만들어보고, 사람들이 쓰는 걸 보고, 피드백이 오고. 되게 재밌다. 그래서 더 만든다. 이때가 지나면 약간 몸을 쉬어준다. 주말 내내 잠을 자기도 한다
박탈감을 만난다. 그러다 커넥션이 생기면서 더 잘하는 사람들을 마주하게 된다. 내가 대단하다고 생각했던 게 아무것도 아니었다는 걸 깨닫는다.
다시 공부한다. 그리고 다시 버닝한다. 잘하는 사람들의 방법을 모방하고, 원론적인 개념을 다시 파보고, 그걸 나한테 적용해서 내가 가진 것들을 재조립한다.
그리고 다시 1번으로!
배우면서 즐거움을 느끼면, 그 즐거움이 업무에서의 효용성과 만족감으로 이어진다. 그게 성취감이 되고, 다시 학습의 의지로 돌아온다. 이건 플라이휠이다.
여기서 생산성은 단순히 만들어내는 게 아니다. 만든 것을 통해 가치를 창출하고, 그 끝에 마침표를 찍는 것. 그 완결성까지가 생산성이다.
이 플라이휠이 돌기 시작하니까, 그리고 싶은 그림이 생겼다.
지금 일주일에 한 번, 딱 2시간 정도 사이드 프로젝트를 같이 하는 동료들이 있다. 물론 이 네 명은 진짜 똑똑하고 보석 같은 사람들이다. 나뿐만 아니라 누구랑 했어도 빛이 났을 최고의 사람들이긴 하다.
근데 이 친구들이 좋은 이유는 내가 뭐 하나 푸쉬하지 않아도 자체적으로 굴러가는 큰 톱니바퀴라는 거다. 방향성만 찍어주면 각자 알아서 공부하고, 서로 다른 영역에서 빈틈을 채워준다. 너무 멋있다. 그래서 이 사람들과 함께 하는 수준에서 떨어지지 않고 싶고, 같이 이야기하고 싶고, 같이 함께 하고 싶으니까 — 결국 나도 멈추지 못하고 더 열심히 하게 된다.
열심히 하고, 힘들고, 또 열심히 하고. 그걸 계속 반복하다 보면 익숙해지고, 역치가 높아지더라.
나도 피곤하다. 원래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사람인데, 매일 공부하느라 시간이 모자라서 새벽까지 하게 된다. 아침엔 아이 밥 챙기고, 출근하고. 진짜 출퇴근이 힘든 사람인데, 회사가 피곤한 날에도 출근하게 하는 동력이 이거다.
내가 최근에 했던 것들 돌아보고, 다시 좀 깊게 파보고, 이 학습을 오래 이어가고 싶다. 이 마음이 학창시절에 있었으면 참 좋았을 텐데. 대학원도 가보고 싶다. 깊게 사고하는 훈련들, 과제를 통해 더 많은 걸 생산하는 그 에너지가 지금 내가 가진 것들과 붙었을 때 진짜 폭발할 것 같다.
그리고 하나 더 솔직한 마음. 나랑 함께 일하는 분들이 나와 대화할 때 답답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걔랑은 말이 좀 통하네라고 느끼면서 헤어졌으면 좋겠다. 업무적으로 내가 다른 사람들에게 폐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 그것도 내가 매일 배우는 이유 중 하나다.
매일매일 부족하지만 매일매일 노력하고 있다.